지난밤을 경계로 새롭게 태어난 대지는
새날이 밝고 있음을 알리는 수탉의 우렁찬 고함소리 대신
이웃 고물상에서 쇠를 두드리는 콩닥 콩닥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깨어난다
들판을 꽉 채운 동식물사 공장들 사이 숨 쉴 틈 없이 펼쳐진
비닐하우스의 물결위로 아침햇살을 맞아 뽀송뽀송한
은빛 아지랑이가 춤을 춘다
밤새 회오리바람으로부터 하우스를 지키기 위하여
긴 장대 위 비닐 한 조각을 저 홀로 휘날리며
긴 밤을 이겨낸 수호신 장대는 의기양양한 듯 신나게 깃발을 휘날린다
좁은 농로 길은 트랙터를 몰고 바삐 움직이는 농부들과
일하러 나오는 공장 차량들로 삽시간에 뒤범벅이 되지만
오랜 세월 익숙해진 탓에 능수능란한 선두 차의 지시에
재빠른 몸짓을 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나름대로는 질서가 잘 잡혀있다
때로는 세상의 변화를 질타하며 저항도 해보았지만
무너진 농정을 탓하며 이 겨울을 원망도 해보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체념한 듯
차라리 과도기의 무질서에 순응하며 스스로의 살길을 찾아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맥도 사람들이 지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