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 풍경 35
허허 들판 사이
겉모양을 천막으로 가린 볼품없는 집 한 채
더 넓은 마당의 평상 위에서
한 사내가 달빛을 조명삼아 트럼펫을 불고 있다
감미로운 트럼펫소리에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던
들녘의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연주회에 빠져든다
사내의 연주는 신나는 재즈 풍의 곡들로 이어지고
흥에 겨운 관객들은 어깨춤을 추면서 들썩들썩 신이 났다
지나가던 달빛도 사내의 연주에 홀린 듯
얼굴을 두 손에 받친 채 멈춰 서있고
저 멀리 흩어진 별들도 가까이 다가와
재즈곡의 박자에 맞춰서 반짝이며 흥을 돋운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사내의 연주는
다시 감미로운 음악으로 바뀌고
연주회의 끝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아쉬운 표정의 달빛은 제 갈 길을 재촉한다
저만치 달빛이 사라져 갔을 때
포근한 하우스 속의 어린 상추도
잔뜩 움츠린 들판의 겨울시금치도
사내의 마지막 연주를 들으며 늦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별들의 속삭임이 있어
희미하게나마 무대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고
감미로운 사내의 트럼펫 연주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