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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고려연방 (16)

독도전쟁 9

by 맥도강

곧 터질 것만 같은 북미전쟁의 상황을 맘껏 즐겨주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었던 것이 일본의 현재 처지였다.

한국에 포로로 잡혀있던 자위대 특공대원들의 송환협상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던 것이다.

독도전쟁을 일본 자위대에 의한 국가 간의 침략행위로 간주한 한국 측이 전쟁포로의 송환조건으로 무리한 전쟁배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위대 특공대원을 송환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요구사항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어 일본정부의 고민이 깊었다.


이럴 때 일본정부의 외무대신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대통령과 마주 앉았고, 이 자리에는 주무장관인 외교부장관과 최 실장 그리고 국방부장관이 배석했다.

“한국 측이 전쟁 배상금으로 요구한 금액은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터무니가 없습니다,

현실 타당한 금액으로 삭감하여 줄 것을 요구합니다!”

외무대신의 얼굴에 짙게 남아있던 곰보딱지의 흔적 탓에 그렇잖아도 정감 어린 인상이 아니었지만 화난 사람처럼 퉁퉁거리듯이 말하는 말투에서 더욱 차가움이 느껴졌다.

외무대신의 투박한 말투에 배석했던 우리 측 인사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었지만 대통령은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겨우 백억 달러가 많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이 짧은 한마디가 일본정부의 대표자격인 외무대신의 말문을 가로막고 말았다.

“… …”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귀국에 청구해 보는 전쟁배상금입니다,

귀국이 임진왜란 때 우리 민족에 가한 고통의 크기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도 일본에는 우리 선조들의 귀를 쌓아서 만든 귀 무덤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만 당시 귀국의 선조들은 무슨 생각으로 조선인들의 귀를 잘랐을까요?

구한말 동학혁명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귀국이 자행한 살육만 해도 수만이 넘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삼십육 년간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할 때는 앳된 소녀들을 마구잡이로 잡아가서는 또 무슨 짓을 했습니까?

일본 군인들의 성노리개로 삼지 않았습니까?

이 모두가 가능했던 것은 국가 간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하는 승전국의 특권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피해국의 입장에서 달리 생각해 보면 비인간적인 야만성의 폭거였습니다,

우리 인류가 진화된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진화이전의 야만성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일본은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그에 반해서 우린 독도전쟁의 당당한 승전국으로서 패전국 일본에게 정당한 배상금을 요구하는 것이에요,

당신들이 일으킨 독도전쟁으로 우리나라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 금액이 최소 백억 달러 이상으로 계산되었습니다,

이 금액에 대해서는 단 일 달러도 감액해 줄 의사가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것은 우리 팔천만 남북한 국민들의 일치된 마음이니까 우리의 요구조건을 귀국이 수용하던지, 말던지 그것은 귀국이 알아서 판단할 일!

더 이상 이 문제로 왈가불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답이 되었습니까? 외무대신!”


이때 금테안경 속에서 눈자위를 파르르 떨고 있던 외무대신의 실핏줄이 터져버렸다.

이 때문에 눈자위가 심하게 붉어졌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기어이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내어 뱉고 말았다.

“그 말씀은 양국의 필요에 따라서는 차후에도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두신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이번에도 대통령의 표정은 온화했지만 말투에는 비장감이 묻어있었다.

“귀국이 언제는 그러지 않았습니까? 물론 우리도 대비는 잘하고 있겠습니다만…”


이 날의 청와대 회동이 있고서 딱 삼일 째 되던 날, 일본 외무대신은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전쟁배상금을 일시불로 한꺼번에 지불하는 만용을 부리고는 포로로 잡혀있던 자위대특공대원들을 인솔하여 돌아갔다.

인천공항을 떠나기에 앞서 그가 남긴 말은 일본정부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패전국의 입장이지만 다음번에도 같은 입장이 되풀이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전쟁포로 문제가 종결되자 작금의 북미 상황을 본격적으로 즐겨보겠다는 듯 일본은 연일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부추겼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피 훈련을 한답시고 일주일에 한 번은 기본이고 어떨 때는 두세 번씩 사이렌을 울려대는 통에 일본열도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이것은 일본회의와 자민당 보수우파 정권이 주도하는 저질 정치 쇼가 분명했다.

독도전쟁의 치욕을 되갚아 줄날을 기다리면서 뽀득뽀득 이를 갈았다.


일본이 전쟁배상금으로 지급한 백억 달러의 사용처가 국무회의에서 결정되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절반을 뚝 잘라서 북한으로 송금하기로 했다.

뭐니 뭐니 해도 독도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것은 북한의 지원사격이었고 그 공을 따져서 정확하게 절반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독도전쟁의 희생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일정 금액의 위로금 외의 사용처가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서 국무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확정되었다.

두 번 다시는 일본이 우리 땅 독도를 넘볼 수 없도록 독도를 군기지 화하는 국방사업에 전액 투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남북의 두 정상이 직통전화로 나눈 대화는 화기애애한 승자들의 축하연과도 같았다.

“대통령님께서 챙겨주신다고 하니 받기는 하겠습니다만 우리가 받아도 되는 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오십억 달러라? 하하하하!

이 돈은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우리 공화국이 받아낸 최초의 전리품인 만큼 인민들을 위해서 귀하게 집행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오늘의 이 경사는 위원장님의 결단으로 가능했습니다,

일본과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늘 피해자의 입장이었습니다만 이제야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여서 북미 간에 형성된 이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잘 이겨내었으면 합니다!”

“기렇치요! 대통령님의 말씀만 들어도 절로 힘이 납니다!

이래서 기왕이면 같은 민족이 좋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암요! 같은 민족 간에는 서로 돕고 뭉쳐야지요!”


이날의 통화가 시발점이 되어서 우리 민족 앞으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시련을 헤쳐나가기 위한 두 정상 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한편 북한으로 송금된 오십억 달러는 노동당 39호실에서 지정한 조선중앙은행 계좌로 이체된 이후 그 사용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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