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맥도강 Aug 29. 2022

겸업 농부의 개념 정리

3. 겸업 농부의 좌충우돌기

적합을 추구하는 겸업 농부? 일반적인 의미 말고 법령에 적합한 겸업 농부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무심결에 내가 생각해 낸 단어다.

조세특례 제한법(이하 조특법이라고 짧게 부름) 시행령 제66조에 규정된 핵심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 그 소유농지에서 30Km 이내의 지역에 거주할 것.

둘째, 그 소유농지에서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에 의하여 경작 또는 재배할 것.

셋째, 농업소득을 제외한 본인의 연간 소득이 3700만 원 미만일 것.       


오전에는 게으른 부동산 중개업자로 살고 있으니 소득기준은 어렵지 않게 충족이 될 터이고 오후에는 고향마을에서 어설픈 농부로 살고 있으니 누가 뭐래도 내가 바로 법령에 딱 부합하는 적합한 겸업 농부가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차적 목적은 당연히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서겠지만 농지는 시세의 변동성이 완만하기 때문에 십 년 정도의 장기투자를 하지 않으면 그다지 실익이 없다. 또한 직접 자경을 하지 않았다면 비업무용 토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신고할 때 플러스 10%의 중과세까지 각오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21조의 제1항에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 제도는 금지된다’는 서슬 시퍼런 문구가 버젓이 적혀있다. 이럴 진데 감히 농지를 투기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몰염치한에 대해서는 몽둥이찜질을 가해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는 진즉에 이루어진 상태라 봐야 된다.

그러니 겸업 농부는 늘 긴장하면서 진짜 농부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도리밖에는 없는데 조특법에 나열된 문구들을 곱씹으면서 말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전업농민이 아닌 자가 조특법을 구시렁 거릴랍시면 국세청 직원은 합리적 의심자의 명부에 그 자의 이름을 올리며 가짜 농부를 심판하기 위해서 전열을 불태운다.

대개는 조특법 시행령에 규정된 자경농민의 정의 단계에서부터 무릎을 꿇릴 수 있어 제1단계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거주가가 그 소유농지에서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에 의하여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

낮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이나 사업장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정규직 직장인이나 정상적인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단지 여분의 시간으로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어디 가당챦은 일이던가?

그것도 무려 8년 이상을 직접 경작했다고 주장한다면 담당 국세청 직원은 당연히 슬레 슬레 고개를 흔들 것이다.

적합한 겸업 농부로 판정될 확률보다는 차라리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하면서…

  

국세청 직원의 의심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광대하면서도 치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본인의 알리바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심지어는 담당자의 업무를 감사한 감사관조차도 왜 담당자의 의구심이 해소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단박에 이해하게 만들 정도가 돼야 한다.

그 정도의 완벽한 소명을 할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전업 농민만이 할 수 있다는 농지 자경 감면이라는 국세청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조특법 상의 자경 기간은 매매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농지에서 최소 8년 이상 자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4년 이상 자경한 농지를 매매한 자금으로 새로운 농지를 구입했을 경우는 두 농지의 자경기간을 합산하여 8년 이상이 되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십 년가량은 각오를 해야 하는데 딱 8년을 맞추다 보면 눈치가 보여서 한 십 년은 자경을 해야 자연스럽다. 눈치라면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인가?


첫째는 당연히 국세청일 테지만 사실은 한 부류가 더 있다. 자경농민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농지를 매매할 경우 1년에 1억 원, 5년 합산 2억 원의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조특법의 입법목적은 전업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대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전업농 보호대책을 악용하려고 드는 파렴치한에 대한 분노는 사실 인근 지역의 진짜 전업농들이 국세청 직원들보다 한수 위라고 봐야 한다. 굳이 헌법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농지를 함부로 투기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오랜 지역정서가 시퍼렇게 존재하고 있다.

뭐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아침에 샀다가 저녁에 팔아도 투기로 보지 않지만 농지는 다르다. 최소 십 년 이상 보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인근 농민들의 눈총을 안 받을 정도로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만 농지 투기꾼이라는 낙인에서 제외시켜 준다.


지역의 이런 분위기와 조특법의 문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겸업 농부의 입장에서 생각해 낸 것이 하루의 일과를 오전반 오후반으로 구분하여 법규에 규정된 그대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특히 LH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건이 터진 이후 농지의 자경 요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었다.

통계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적어도 국세청 기준에서 봤을 때 조특법 제69조와 제70조에 부합하는 겸업 농민들은 많을 것 같지가 않다. 자경을 인정받으려면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3700만 원 미만이어야 하는 까탈스러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농지대토를 조건으로 양도세 감면을 신청했다면 새로운 농지의 취득 후에는 단 한해만 소득기준을 초과해도 무조건 아웃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그동안의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는 애기다. 눈치 없이 열심히 일하다가는 눈물겨운 십 년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알아서 잘 처신해야 된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는 표현이지만 손님들이 몰려온다 싶으면 퍼떡 사무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도망쳐야 할 정도로 용의주도해야 한다.


조특법을 구시렁거리는 겸업 농민은 국세청의 요주의 대상이므로 결단코 꼬투리를 잡혀서는 안 된다. 소득을 줄여서 신고한다던가 하는 편법은 애당초 시도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단돈 십만 원이라도 알아서 먼저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해 주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불시에 실사가 나오더라도 계약서 등 관련 서류는 철저히 구비해서 소득기준에 이상이 없음을 증빙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농작업의 1/2 이상을 자신의 노동력으로 감당해야 하니 하루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은 논과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다. 감면 신청한 해당 농지에서 본인이 투입한 노동력의 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루 중 내 노동력의 량을 처음부터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구분했고 이것을 국세청에 증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틈날 때마다 부지런히 알리바이를 만들어나갔다. 풀 약을 치다가도 찰깍! 트랙터로 논갈이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찰깍! 찰깍!


이와 같은 까탈스러운 법률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는 적합한 겸업 농부는 전국을 통틀어 봐도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어쩌면 합리적일 수 있다.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었을 때 고생한 자에게는 보상이 따르는 법! 이쯤 되어야 농지 투기꾼이 아니라 농지 투자자라는 평판과 함께 조특법에 규정된 8년 자경자로서의 보상이 뒤따른다.


사실 겸업 농부는 하고 싶다고 하여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트랙터부터 관리기 경운기 예초기 농약살포기와 같은 농기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협의 조합원이나 작목반 청년회 같은 마을 주민으로서의 제반 활동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무시무시한 경자유전의 나라로서 농사를 짓는 척 흉내만 내는 얌체 짓을 하다가는 국세청의 심사대에 서보기도 전에 인근 농민들로부터 퇴짜 맞기 십상이다.

애당초 자신들과는 결이 다른 부동산 개발 컨설팅 업자가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국세청 직원들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농민들 역시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터!


잡초관리를 게을지게 하여 인근 밭으로 풀씨라도 날릴 요량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마을 통장으로부터 시정을 요구하는 질책성 폰이 날아온다. 뿐만 아니라 마을 구멍가게를 중심으로 가짜 농부를 성토하는 여러 불량한 소문들이 만들어지기 일쑤다.

그래서 적합을 추구하는 겸업 농부는 이런 곱지 않은 분위기를 늘 의식하면서 다소 어설프더라도 우직스럽게 농사일을 해야 한다.

인근 농민들이 마을 통장이나 주민 센터에 고자질을 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초제를 쳐야 하고 부지런히 가지치기를 하여 주변 농민들에게 민폐 끼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는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동산 중개업자의 변신은 무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