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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엘로 Aug 01. 2024

그래서 우린 무슨 사이야?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어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는 맛있는 한 끼에 맥주 한 잔 곁들였다. 오랜만에 마신 술 때문인지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인지, 머리가 핑 돌면서 눈앞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은 느낌에 호흡이 더욱 가빠졌고 결국 가까운 응급실을 찾았다. 나와 놀려고 나온 친구에게 먼저 집에 들어가라고 하고 진료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켰다.


 ‘놀러 왔는데 몸이 안 좋아서 억울해!’ 메시지 한 마디에 바로 그에게 전화가 왔다. 어떤 상태인지 횡설수설 설명하고서 민망한 마음에 괜히 하하 웃었다. 그땐 정신이 없어서 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는지, 우리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은 흐리지만 대화를 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던 것 같다. 편안한 마음으로 수액을 맞으며 한숨 푹 잘 수 있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주 오랜만에 바다에 가고 싶었다. 날 잡아서 바다에 가자는 말에 신이 나서 뭘 입을지 한참 고민했다. 바다에 발만 담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그날은 그 친구를 따라서 목까지 잠기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넘실대는 파도에 저 멀리 떠내려갈까 무서워 그 친구의 엄지손가락을 내 생명줄 마냥 꼭 쥐고 있었다. 목만 둥둥 띄워놓고 또 깔깔거리며 이야기하다 자꾸 바닷물을 먹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번쩍 들더니 본인 어깨에 앉혔다. 바다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바다에서 나와서 뭘 좀 먹어볼까 하며 모래사장을 걸었다. 맨발로 자꾸만 무너지는 바닥을 걷다 보니 근육이 놀랐는지 발가락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워낙 발에 쥐가 잘 나는 편이라 풀어주는 방법도 완벽히 터득했던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풀어냈다. 그런데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근육은 다시 반복해서 굳어졌고, 결국 우리는 근처에 있는 계단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쥐가 난 발은 한눈에 봐도 어색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는 한 계단 아래 내려가 앉더니 모래 투성이의 지저분한 발을 손으로 조물조물 마사지했다. 땡볕 아래 괜히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동시에 기분 좋은 설렘을 느꼈다.


 말랑말랑해진 발에서 모래를 잘 털어낸 다음, 식당과 카페가 많은 거리로 나갔다.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타투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입을 비죽거리며 앞서 걸어가다가 타투 스티커 간판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같이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사장님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부부이신가요?” 나는 깜짝 놀라며 부정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 정의하려는데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우린 무슨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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