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면 어떻게 할 거야?“
“하늘이 믿어야지.“
해본 적 없는 장거리 연애지만 막연하게 자신은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닥치니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시 장거리 연애의 꿀팁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나를 믿겠다’였다. 그렇지만 우리 서로 안 지 3개월도 채 안 됐다. 아무리 겉과 속이 같은 나라지만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믿겠다는 걸까?
”내가 먼저 믿지 않으면 하늘이가 나를 어떻게 믿겠어? 먼저 믿음을 줘야지.“
동동이가 떠나는 주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색다른 데이트를 찾다가 향수공방으로 향했다. 우리는 하하호호 떠들며 각자 좋아하는 향들을 골라 섞었다. 완성된 향을 병에 담기 위해 자리를 옮겨 앉자 공방 사장님의 순수한 질문이 시작됐다. 사귄 지 얼마나 됐어요, 일주일 정도 됐는데 낼모레 미국 간대요 그럼 내년에 볼 수 있어요, 너무한다 누가 꼬신 거예요! 눈알만 데굴데굴 눈치 보는 나와 달리 동동이는 나를 가리키며 즉답했다. “이쪽이요” 입이 딱 벌어졌지만 할 말은 없었다.
동동이가 비행기 타기 전 날은 동동이 차를 타고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 각자 볼 일이 있어 함께 갔다가 따로 내려오기로 한 것이었다. 도중에 휴게소에 들러서 점심도 해결하고 간식거리도 챙겼다. 운전 중인 동동이 한 입, 마냥 신난 나 한 입. 곧 다가올 이별을 애써 외면했던 것 같다.
서울에 도착했다. 이제 서로 가야 할 길이 달랐다. 지금 이별의 ‘안녕’을 하면, 다음 만남의 ‘안녕’은 내년이 될 것이다. 분명 알고 있었고 괜찮을 거라고,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헤어짐의 순간이 닥치니 갑자기 막막함에 압도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저녁 약속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동이에게 들키지 않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작별 인사를 건넨 뒤 돌아서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조금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동동이는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웃으며 얼른 가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이제는 사라졌을까, 다시 돌아보았다. 다시 돌아본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동동이. 그렇게 여러 차례 반복된 우리의 손 인사는 내가 지하철역으로 내려가고 뒤를 돌아보아도 동동이가 보이지 않게 돼서야 끝이났다.
그제야 내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