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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말마따나 난 멀리 떠나려나 봐

숟가락을 유치원 때부터 멀리 잡았지 아마

by 박관민

항상 어릴 때부터 저녁 시간마다 엄마가 나에게 하던 소리 "관민이는 숟가락을 항상 멀리 잡네 엄마랑 멀리 떠나 살려나보다" 나는 항상 무슨 얘기 나며 밥 먹는 척하며 눈치 못 채게 숟가락을 짧게 잡고 밥을 다시 먹었다

멀리 떠나기 싫었다 부모님한테서 애초에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광주를 멀리 떠난다니 애초에 현실감 없던 소리라서 듣기 싫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때는 그냥 그게 편했던 거뿐이었는데


그렇게 나는 30대 후반 영국 못해도 제주도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꾸리는 게 10년 후 인생 목표가 되었다 다들 물어보더라 "제주도는 그렇다 치는데 왜 영국이야?" 눈에 담을 수 있는 건축물들 다른 문화에서의 삶 그리고 어릴 때부터 보았던 사진, 그림 같은 삶을 영국에서 살고 싶은 꿈이 가득하다 허영심일 수도 있지만 뭐. 지금 당장은 바라는 삶이니 설레는 꿈이다


그리고 지금 25살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10대 때부터 춤을 추며 멀리했던 글쓰기, 나의 모든 것을 영상에 담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한 영상 작업, 찰나의 순간을 담고 싶은 사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춤 그리고 뭐 커피, 책 등등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순간을 영원히 살아내려 한다


새로운 선택을 내렸고 긴 시간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저번에 쓴 글에서 했던 말 "선택의 값은 결정에 비례하지 않다" 내가 내린 결정이 그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기도 하며 마음이 아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추억으로 남겨야 하는 것, 미래를 약속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걸음을 달리해야 하는 것들 모든 것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영원함은 야속하게도 과거에 자리를 맺는다


카페 '휴고 살롱'


나 그리고 누군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영원함은 없다고 좌절하지 말아라 누군가 또는 무언가와의 결속은 형태를 달리할 뿐 영원함은 존재한다 긍정만이 서로에게 남아있고 부정을 이겨낼 힘이 있다면 한 번씩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함께할 수 있다고 무언갈 포기하거나 시작한다고 끝맺음을 맺고 나아갈 필요 없다 그저 잠깐 덜어놓고 새로움을 향한 뒤에 뒤 돌아봤을 때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면 인사 한번 해주고 다시 나아가면 그만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잘못됨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돼 보자 아직 살 날은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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