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숙면은 잠시 미뤄두고
죽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짐을 느끼고 내가 내 힘으로 점을 찍고 끝끝내 마무리를 지어야 지독한 추함이란 허물은 남기지 않고 가겠다고 느낄 때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뻔하디 뻔한 질문에 답은 사실 존재하고 이미 자리매김 한지 오래였다
광활하고 푸르디푸른 윤슬 가득한 평면에 모습을 지켜주며 약간의 출렁임으로 입체감을 주는 물은 나에게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깊게 가라앉아 잠식되기를 원하며
까마득한 오후 11:13분 도로에서 수없이 많은 반딧불이들은 날 약 올리듯이 내 눈앞에서 계속 지나쳐가 잡으러 갈까 싶다가도 해야 할 게 있기에 발걸음만 재촉하여 억지스러운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절망을 절망으로 마무리 지으면 내 절망은 절망으로 남아 잔향을 남기고 갈까 내 절망은 뒤에 앉아 박수갈채받는 아름다웠던 황홀했던 인생과 내 예술이 박수갈채를 받는 모습을 침묵을 유지하여 지켜볼 수밖에 없을까 난 내 빛나던 시기가 아닌 내가 느끼고 끝내 결정한 선택에 감정을 너네들 또한 깊게 뼛속까지 깊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기적인 생각임을 알지만 난 조건 없는 공감과 사랑을 원하고 날 알아주길 바라는 어린아이 같이 순수함으로 감춰진 토악질 나오게 멍청한 생각들로 내 인생을 차곡차곡 쌓아왔던 거일지도 모른다
눈물은 흐른다 턱은 치켜세우고 자연에 이치를 거스르고 싶다는 듯 흐르는 눈물을 다시 삼키려고 애쓰는 인간에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도 참 안타깝다 심장에 자리를 대변한 묵직한 감정들을 입으로 토해내고 머리로 비워내고 눈으로 뱉어내고 내 몸에 있는 구멍들로 다 내보내고 싶은데 얼마나 단단한지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근데 이게 뭘까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지 못해도 꽉꽉 막힌 장기들 안에서 너가 어떤 이유인지 어떤 힘인지 모르겠지만 날 어루만져주더라
자신 없는 인생을 자신 있게 만들어주며 빠른 시간 내에 단명해야만 한 운명을 거슬러 올라가게 해주는 내 신념을 깨 주는 사람이 있더라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운명은 정해진대로 받아들이고 걸어가야만 하는 건데 어떤 저주를 받을 줄 알고 난 너 손을 잡고 멍하니 보이는 길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고 손에 감각을 쏟아부을까
기꺼이 받아들이고 살아보겠다
달콤한 숙면은 잠시 미뤄두고
날 관장하는 신이 내 선택을 받아들여줄지 아니면 날 구렁텅이로 밀어버릴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살고
눈은 나중에 감는 걸로
그렇게 한번 살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