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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은

형태가 아닌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by 박관민

그렇게 하나하나 저물어가는 날들이 반복되고 떠오르는 날들을 다시 낚아챌 때 우리가 수없이 마주하는 것들은 지겹게 반복적이고 일상적이고 뻔하다 못해 뻔하다는 생각이 지나가지 못한다


익숙함이 무섭지도 않을 정도로 똑같은 공간에서 시작되어 다름은 찰나에 머물고 인지한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으로 잔향도 없이 넘어갈 때

우리는 찰나를 사랑하고 행하려고 한다 시간 안에 존재하는 순간에 특별함은 우리가 매기는 것

순간이 아닌 시간에 특별함은 매 순간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망각은 외면을 무한히 반복. 우리는 인지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꺼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굳이"를 행동하게 해 줄 너가 필요하고 내가 필요하고 그렇게 우리는 그 순간을 사랑하며 순간에서 개화하는 꽃말을 천천히 말려 잠자리 위에 매달고 잔향을 방 한가득 채울 줄 아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거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감정들 사이에서 관자놀이를 천천히 누르며 불안정해 흔들리는 눈빛을 뚫어져라 쳐다봐주며 차분함을 건네주고

먼지 가득히 쌓여 지저분한 심장 내벽을 급하지 않게 털어주며 고맙다는 말에 고개만 끄덕여줄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안에서 흐르는 혈액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내가 살아갈 명분과 시간을 더 길게 늘어뜨려준다


몸이 흔들리고 입술이 터질 정도로 지독하게 더러운 기분들 사이에서 눈 제대로 뜨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올라왔다, 뛰었다, 걸었다, 앉았다, 맞았다, 때렸다.. 행동 동사란 행동 동사는 다 반복하고 있을 때 그때도 내 입에서부터 가슴까지 흐르는 피를 닦고 다시 한번 눈 마주쳐줄 수 있는 너가


너가 존재라는 단어를 내 한평생 부각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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