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딸바보
우리 딸?
엄청 이쁘지. 사진 볼래? 요새 아주 이쁨이 눈썹까지 차올랐어. 어 맞어, 태어났을 때 털북숭이에 무쌍에 아빠 똑 닮아서 내가 엄청 걱정했잖아. 돌까지는 다들 잘생겼다고까지 했어. 근데 얘가 커가면서 점점 예뻐지는 거야. 얼굴은 얼마나 작은 줄 아니? 다른 애들이랑 같이 사진 찍으면 원근법을 무시해서 합성인가 싶어. 연예인 ㅇㅇ 있잖아, 그 친구는 얼굴이 작아서 걸그룹에 뽑혔데. 나중에 걸그룹 하는 거 아닌가 몰라.
걸그룹하니깐 생각나는데, 이거 영상 봐봐. 얘가 노래를 잘 불러. 노래방 기계가 있는 펜션에 다섯 가족이서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이 나이 또래 애들이 음정 박자 잘 못 맞추거든. 근데 내 딸이 그 어려운 걸 해낸다. 동요에 박자 타면서 노래 부르는 걸 보면 기절한다. 발음은 또 어찌나 똑똑한지.
발음하니깐 생각나는데, 얘가 말을 엄청 잘해. 다들 놀란다니깐? 정말이야. 특히 시옷 발음을 엄청 잘해. 다른 애들 들어보면 시옷을 디긋으로 발음하거든. 이런 말하기 뭐 하지만, 아빠가 언어를 좀 치잖냐. 너도 알다시피 내가 영어, 일어, 중국어 좀 하지. 말 잘하지, 글 잘 쓰지. 애가 얼굴만 아빠 닮은 게 아냐. 나중에 교수나 검사 이런 거 하면 좋겠다 그치.
아빠 닮았다고 하니깐 생각나는데, 얘가 친구도 많아. 놀이터에 우리 딸이 등장하면 애들이 모인다니깐? 정말이야. 우리 딸 왔다고 하면, 놀이터에 나오는 애도 있다니깐? 전에 있던 어린이집에서는 남자애들이 우리 딸 보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다닌데. 나중에 정치할지도 몰라.
진짜야. 정말이라니깐? 내가 우리 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얘 크게 될 것 같애.
지금 몇 살이냐고? 34개월.
응? 어 맞아.
이 정도면 딸바보 맞지?
아니, 아직 멀었다. 좀 더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