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가장 솔직한 행태의 생존

by 나잘스프레이


매일 애쓰고, 견디고, 버티는 것. 그 반복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질문은 과연 살아온 어제 중에서 아련했던 순간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려 할수록 손에 잡히는 것은 장면이 아니라 그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는 감각뿐이다. 사실, 그 감각에 덧대어진 헝클어진 감정까지. 이것을 깨닫는 순간, 다시 한번 갑작스럽게 음울의 늪으로 깊이 빠져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먼저 살아야 한다고. 그 문장은 옳고, 또 너무나 멀다. 살아야 한다는 말은 이미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방향이 되지만, 살아 있는 것과 살아가고 있는 것의 간극에 선 이 시절 속에서는 막연하게 들릴 뿐이다. 묻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는 걸까.


마주하고 살게 하는 숨은 어디에서 피어나는 것일까. 의지, 관계, 꿈, 사랑 아니면 끝내 해소되지 않는 원념 같은 것인지. 철학적인 질문을 붙잡아봐도 감정은 그보다 먼저 추락하고, 불안의 감정은 다시 쳇바퀴처럼 돌아와 눈앞을 맴돈다. 끊임없이 반복되며, 떠진 눈을 다시 감게 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마주하며 여러 날의 하루를 멈춘다. 붙잡고 싶은데 붙잡을 것이 없고, 놓아버리고 싶은데 이미 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투명하게 방을 비춘다.


이 시간은 낯설다, 너무나. 무너졌다고 말하기엔 아직 형태가 남아 있고, 살아 있다고 말하기엔 숨이 너무 얇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정의하지 못한 채 통과한다. 그러다 어쩌다 한 번, 아주 잠깐 수평선 너머를 상상해 본다. 지금의 오늘을 지금의 어제를 지금의 내일을, 이 생각과 이 감정의 원 안에서 꺼내 어디에도 닿지 않는 곳으로 잠시 데려다 달라는 말 없는 부탁의 상상.


그곳에서는 애쓰지 않아도 되고, 견디지 않아도 되고, 버텨야 할 이유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숨결이 불어오기를 바란다. 바람의 방향이 아니라 존재의 온도로.


하지만 지금의 오늘은 아직 그 수평선을 넘지 못한다. 그저 멀리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만. 혹시 닿지 않는 시선만. 이러한 행위를 통해 아직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공허한 채로 붙잡으려 하고, 놓으려 하면서도 아무것도 쥐지 못한 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이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행태의 생존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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