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층위에 남은 숨

by 나잘스프레이

마주한 나는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괴물처럼 일그러진 얼굴도, 전혀 알 수 없는 타인의 형상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외면해 왔던 나의 표정, 의욕과 체념이 동시에 굳어버린 익숙한 얼굴이었다. 얼굴을 바라보면서 가능한 변화라는 것을 떠올려본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나 극적인 전환이 아니라,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까웠다. 스스로를 미화하지 않고, 연민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어쩌면 변화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스친다.


삶의 의미라는 말이 아주 낡은 질문처럼 떠오른다. 이 질문이 목표나 성취의 언어로는 더 이상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지금의 삶의 의미는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라기보다 완전히 멈추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감각에 가깝다.


여전히 꿈의 외곽에 서 있다. 한때 오늘을 이끌던 꿈의 중심에는 닿지 못한 채, 과거의 음울에 발이 묶인 사람처럼 같은 자리를 맴돈다. 그 음울은 추억처럼 부드럽지 않고, 후회처럼 선명하지도 않다. 오래된 날씨처럼 나를 감싸고 놓아주지 않을 뿐이다.


꿈의 현실 혹은 그 안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고 싶었다. 도망이 아니라 직면이라고 믿었던 선택들이 어느새 덫이 되어 내일을 붙잡아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던 시간 속에서 사실은 계속 같은 높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어 계속 올라가려 할 때 보이는 것은 길게 늘어진 밧줄 하나뿐이었다. 그 밧줄이 나를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매듭으로 묶어버릴지 알 수 없다. 혹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채 먹먹함만이 보이는 것을 가득 채우기만 한다. 결단하지 못한 채 머문다. 완전히 내려놓지도, 끝까지 올라가지도 못한 상태로 감정들에 사로잡혀 빛과 어둠을 통과한다. 무너지지도, 회복되지도 않은 채 그 중간의 어두운 층위에 남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시절을 더 이상 타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고, 운명의 이름으로 덮어둘 수도 없다는 것. 마주하고 견뎌내야 하는 것. 비로소 나의 자리에서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다. 삶의 의미란 이렇게 도달하지 못한 꿈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서 있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아직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고개를 들고 먹먹함을 견디는 일. 그 정도의 의미만을 간신히 붙잡은 채 다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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