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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Jul 31. 2023

피지섬에 갈까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독한 냄새에 절여질 때마다

산호바다를 꿈꾸었지

날지도 뛰지도 못하는 시간에 매달려

파도 타는 꿈을


손톱을 화장하는 여자들

추위에 떨어도 손톱은 자라지

내 시야의 뒤쪽에 간직될 일상, 누군가에게 넘겨주고

이제는 문밖으로 나갈 시간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철문을 내린다


메리, 낸시, 코니

같이 숨을 나누던 동료들이여

검은 발을 닦으며 눈물을 쏟아내던 선희도 굿바이

선반 위에 앉아있는 갖가지 소망들에게도 작별을


끝이라는 말은 언제나 조금 서럽다


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잭슨 하이츠의 밤길

접어둔 푸른 섬이 다가와 발을 당긴다

피지 섬에 가자고

헐렁한 시간을 메고

산호바다로 떠나자고.

("피지섬에 갈까"에서)    


마지막 문을 닫는 날, 내가 가장 좋아했던 '피지(Fiji)' 색깔로 프렌치 매니큐어를 했다.

난 아직 피지섬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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