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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가려워 GPT에 질문, “혈액암”? 안 믿었는데.

by 사람인척

“설마 이 정도 증상으로 암일 리 없잖아.”

[며칠 전, 지인의 단톡방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친구 A는 요즘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고, 피부가 가려워 잠을 설친다고 했죠. 다들 스트레스 탓이라며 넘겼지만, 저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본 외국 기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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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사는 27세의 여성, 마를리 가른라이터(Marly Garnreiter)의 이야기입니다. 그녀 역시 친구처럼 단순한 스트레스라 믿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피부 가려움과 밤에 흘리는 식은땀이었고, 그 끝은 ‘혈액암’이었습니다.


그녀가 처음 몸의 이상 신호를 느낀 건 아버지를 떠나보낸 직후였습니다. 슬픔과 불안 속에서도 정상을 가장하려 애쓰던 그녀는 급격한 체중 감소, 야간 발한, 끈질긴 피부 가려움 등의 증상을 겪었지만, 모두 슬픔의 부산물이라 여겼죠.


그러던 어느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AI 챗봇 ‘ChatGPT’에 증상을 입력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GPT가 제시한 가능성 중 ‘혈액암’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죠. 하지만, “AI가 병을 진단한다고?”라며 그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피로에 지쳐갔습니다.


“그땐 그냥 슬픔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몸은 이미 조용히 SOS를 보내고 있었던 거예요.”


그녀의 증상은 2024년 초부터 시작됐고, 같은 해 말부터 가슴 통증과 피로감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결국 2025년 1월, 정밀 검사를 통해 폐 좌측에 큰 종양이 발견됐고, 2월 10일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혈액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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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는 지난 2월 23일 영국 <미러(Mirror)>를 통해 알려졌으며, 의료계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증상을 놓쳐 조기 진단 기회를 잃을 수 있는 현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의료 정보 탐색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라는 말 뒤에 숨겨진 신호들

우리 몸은 예상보다 많은 신호를 보냅니다. 그중 상당수는 스트레스, 피로, 감정 기복 같은 이유로 가볍게 여겨지지만, 때론 중대한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죠.


혈액암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밤마다 식은땀


✅가려운 피부


✅쉽게 멍이 들거나 출혈


✅지속적인 피로감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림프절 부위의 붓기


이처럼 명확한 통증이 없는 애매한 증상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야간 발한이나 피부 가려움 같은 증상은 단순 피부 질환으로 오해받기 쉬워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도 혈액암의 진단 시점은 비교적 늦는 편입니다. 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감기처럼 느껴지는 초기 증상이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질 때는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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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의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힌트’는 될 수 있습니다.

마를리의 사례는 AI가 병을 ‘진단’ 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단지 ChatGPT를 통해 ‘증상 키워드’를 입력했고, AI는 가능성 있는 질환 리스트를 제시했을 뿐이죠.


이런 방식은 실제로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의심 목록’을 정리해 주는 기능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건강 이상을 느낄 때, 증상 정보를 AI에 검색해 보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결과를 ‘절대적인 진단’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병원 진료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증상이 지속되거나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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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 당신보다 먼저 병을 안다

피부가 가렵다고, 땀을 좀 흘렸다고 무조건 병일까요?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평소와 다르다거나, 지속된다면, 우리는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요즘 좀 피곤해서 그래.”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렇지.”


이런 말로 자신의 증상을 눌러 담고 있는 분,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가요? 혹시 당신의 몸은 조용히 말하고 있지 않나요?


꼭 기억해야 할 예방 수칙

혈액암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은 조기 발견이 가장 큰 생존 전략입니다. 다음은 일상 속 실천할 수 있는 예방 수칙입니다.


✔️정기 건강검진받기: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더 자주 체크.


✔️몸의 작은 변화 기록하기: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피부 변화 등을 놓치지 말기.


✔️AI나 인터넷 정보는 ‘보조 도구’ 일뿐, 최종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기기.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면역력 관리는 기본 중 기본.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피하기: 특히 혈액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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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던져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몸은 건강하다고 느껴지시나요?


만약 단 1초라도 "글쎄…"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오늘 하루 10분만 시간을 내어 기록해 보세요. 피부, 수면, 식욕, 체중, 에너지… 그리고 의심스러운 변화가 있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보세요.


AI든 아니든, 그 어떤 기술도 “당신이 자기 몸에 가장 관심을 가질 때” 진짜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GPT는 당신의 주치의가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첫 번째 경고음’을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끝은 당신의 선택으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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