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자와 키스하지 마세요
‘사랑’에 가려진 경고…수염 속 숨겨진 위험들
"키스를 하고 난 다음 날, 턱 밑에 빨갛게 부풀어 오른 발진이 생겼어요. 처음엔 그냥 트러블인가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진정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피부과를 찾았죠."
이건 오래전 내 친구가 겪은 일이다. 상대는 수염을 멋지게 기른 남자였고, 첫 데이트의 설렘은 어느새 피부염이라는 불청객으로 바뀌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수염 있는 남자’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농담 같지만,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근거 있는 이야기다.
사랑의 감정이 모든 걸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위생만큼은 예외다. 특히 수염이라면 더더욱.
수염, 로맨틱한 상징일까? 세균의 온상일까?
수염은 그 자체로 매력의 상징일 수 있다. 성숙함, 강인함, 자유로운 분위기까지 풍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수염이 얼마나 ‘깨끗한지’다. 로스앤젤레스의 마취과 전문의 마이로 피구라 박사는 “청결히 관리되지 않은 수염은 피부 질환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염은 생각보다 많은 걸 품고 있다. 각질, 먼지, 땀, 음식 찌꺼기, 그리고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 같은 박테리아까지. 이런 세균들은 피부에 미세한 상처가 생겼을 때 파고들며, 농가진이나 피부염, 심하면 전염성 감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
수염은 마치 ‘작은 스펀지’와 같다. 하루를 지내며 피부와 공기 중의 이물질을 흡수하고, 잘 씻기지 않으면 거기에 세균들이 둥지를 튼다. 당신이 아니라 그 수염이 하루 종일 도시의 공기와 마찰하며 흡수한 먼지와 박테리아가, 키스 한 번으로 당신의 피부에 닿는 것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턱 아래 붉은 궤양, 농가진이었어요
'농가진'은 피부에 수포와 궤양이 생기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전염성 피부병이다. 한 번 생기면 빠르게 퍼지며 가려움, 통증을 동반한다. 특히 연인 사이에서의 접촉은 감염을 더 쉽게 만든다.
영국 NHS에 따르면 농가진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1~2주 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감염 범위가 넓거나 고열을 동반할 경우, 경구 항생제까지 사용해야 하므로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넘길 수 없는 병이다.
피부과 전문의 무네브 샤는 "수염은 기본적으로 세균 증식에 좋은 환경"이라며 면도 전후의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면도날은 소독을 해야 하고, 습기 찬 욕실보다는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입술포진 바이러스, 사랑의 흔적이 아닌 ‘치매 유발자’
그러나 진짜 문제는 피부가 아니라 뇌일 수도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연구에 따르면, 수염만큼이나 입술포진 바이러스(HSV-1)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이 바이러스는 키스나 타액을 통해 전염되며, 장기적으로는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HSV-1이 코를 통해 뇌로 침투,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기억력 감퇴, 불안, 균형감각 저하까지 일으킨다는 걸 확인했다. 특히 뇌 조직에서 ‘헤파라네이스’라는 효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알츠하이머병 위험까지 높인다는 것이다.
HSV-1은 한 번 감염되면 몸속에 잠복하며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재발하는 특성이 있다. 결국,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사랑의 흔적’이 될 수도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그 사랑, 피부와 뇌를 위협하지 않게 하려면
사랑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사랑은 늘 기본이다.
연인 사이의 친밀함을 위해서라도, 아래의 수칙을 지켜보는 건 어떨까?
✔ 수염 청결 관리 필수
매일 세안할 때 수염도 같이 씻고, 주기적으로 샴푸나 전용 세정제를 사용할 것.
✔ 면도기 위생 철저히
습기 찬 욕실보단 건조한 곳에 보관하고, 정기적으로 소독하자.
✔ 입술포진이 있을 땐 스킨십 자제
바이러스가 활발할 땐 감염력이 가장 높다. 잠시 멀어짐이 오히려 배려다.
✔ 면역력 유지
HSV-1은 면역력이 약해질 때 재활성화되므로, 충분한 수면과 영양이 중요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된 사진 - 래디언스리포트오늘도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할 당신에게
수염을 기른 그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관리되지 않은 수염’이 문제다.
멋있고 섹시한 수염도, 세균이 가득한 무방비 상태라면 치명적일 수 있다.
관계 속 ‘청결’은 사랑보다 더 깊고 오래가는 신뢰를 만든다.
오늘 이 글을 읽은 이 순간, 거울 앞에 선 그에게 조심스레 말해보자.
“수염은 멋진데, 혹시 샴푸로도 씻어?”
� 독자 질문
수염 있는 남성과의 스킨십, 여러분은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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