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마셨을 뿐인데’… 입안보다 더럽다는 물병의 진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생각했던 내 물병, 알고 보니 박테리아 천국이었다.”
[운동 가방 속에 항상 함께 다니던 그 물병. 땀 흘린 후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면 하루 피로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물맛이 이상했다.
눅눅한 냄새에 찝찝한 기분까지. 단순히 수돗물 때문이겠지, 싶었지만 결국 직접 병 안을 살펴보게 됐다. 종이타월을 구겨 넣어 휘저었을 뿐인데, 하얗던 타월이 누렇게 변해 나왔다.
거기에 미끈한 촉감까지. 물병이 아니라 '세균 탱크'였던 셈이다.]
‘매일’ 마시는 물병 안, 하루 만에 수백만 마리 세균이…
많은 사람들이 ‘물만 담았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물병을 관리한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인 오해다. 우리가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입 안의 세균, 손의 세균, 외부의 미세한 오염들이 고스란히 물병 속으로 유입된다.
2025년 3월 17일, BBC 보도에 따르면, 한 연구팀이 성인들이 사용하는 물병 속 물을 조사한 결과, 아침엔 7만 5천 마리 수준이던 세균 수가 하루 만에 무려 200만 마리 이상으로 증가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오직 ‘끓인 수돗물’을 담아 사용했을 뿐이었다.
영국 레스터대학교의 미생물학 교수 프림로즈 프리스톤은 이렇게 설명한다.
“세균은 실내 온도인 20도씨만 되어도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한다. 게다가 사용자의 침이나 외부 먼지, 손 위생 등도 병 안의 세균 증가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병 속에 물 외에 단백질 음료나 주스, 커피 등을 담았다면? 세균에겐 최고의 뷔페가 차려지는 셈이다.
‘깨끗해 보인다’는 착각… 병 안의 ‘미끈한 감촉’은 경고 신호
‘딱히 냄새가 나지 않으니 괜찮다’, ‘물도 자주 갈아주니 문제 없을 거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병 안의 미세한 미끈거림은 이미 세균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미국 퓨듀대학교의 식품안전 전문가 칼 벤케는, 자신의 병 속을 조사하던 중 이 미끈함이 단순한 플라스틱 질감이 아닌 세균성 바이오필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이 바이오필름은 단순 헹굼이나 살짝 데우는 정도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오히려 세균이 더 잘 달라붙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세척, '얼마나 자주'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그럼 얼마나 자주 씻어야 하죠?”
하지만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다. ‘어떻게’ 씻느냐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세척법을 권장한다: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과 주방 세제로 병 안을 10분간 담가두기
▶전용 병 세척 브러시를 활용해 병 목, 뚜껑, 빨대까지 꼼꼼하게
▶자연 건조를 통해 병 안을 완전히 말리기
▶가능하다면 식기세척기의 살균 코스를 활용하거나, 락스 희석액을 사용한 주기적 소독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병에서 ‘쉰내’가 나기 시작했다면 이미 늦은 상황이므로, 그 물병은 과감히 버리는 편이 낫다.
플라스틱 병,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
겉보기엔 가볍고 튼튼해 보이는 플라스틱 병. 하지만 반복 사용 시 내부 코팅이 벗겨지며 미세플라스틱이 물에 섞여 나올 수 있다.
카타르 와일 코넬 의과대학의 아밋 아브라함 교수는 “플라스틱의 유연성과 내열성을 위해 첨가된 성분들이 물에 녹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BPA와 같은 호르몬 교란 물질은 장기간 노출 시 심혈관 질환, 뇌졸중, 당뇨와의 연관성이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고 유리를 떨어뜨릴까 걱정된다면? 최근엔 이중 스테인리스 구조의 보온병도 많이 출시되고 있고, 내부 세척도 훨씬 용이하다.
‘나 하나쯤이야’는 안 된다… 병 공유, 더 위험하다
물병을 가족이나 지인과 공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직접 전달하는 행위다. 심지어 겉으로 건강해 보여도, 본인은 무증상 보균자일 수 있다.
특히 노로바이러스, 대장균, 곰팡이균 등은 입-입 간 접촉으로 쉽게 옮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많은 가정에선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국인에게 맞는 ‘물병 루틴’ 실천법
매일 쓰는 물병, 이렇게 관리해보자:
▶하루 한 번은 뜨거운 물+세제로 세척하기
▶병, 뚜껑, 빨대, 외부까지 꼼꼼하게
▶물 이외의 음료는 되도록 담지 않기
▶사용 후엔 완전히 건조시킨 후 보관하기
▶가능하다면 주 1회 식기세척기 또는 락스 소독
▶일정 주기로 병을 교체하기 (플라스틱 병의 경우 3~6개월 내외)
당신의 물병은 안녕한가요?
혹시 지금 옆에 있는 물병, 마지막으로 언제 제대로 씻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오늘 집에 가서 뜨거운 물과 세제를 꺼내보자. 물맛이 바뀌는 경험, 아마 생각보다 놀라울 거다.
작은 습관 하나가 내 몸의 면역력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혹시 당신은 물병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댓글로 나만의 세척 루틴이나 꿀팁을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 다른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이, 오래된 물병을 새로 바꾸고, 건강한 루틴을 시작할 가장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