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GV80 타면 라디오를 끄고 달리라고?

미국서 8만 대 리콜, 최신형 G80·GV80의 아찔한 10초

by CarCar로트

완벽을 꿈꾸던 디지털이 가장 아날로그에 발목 잡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날아온 제네시스의 리콜 소식은 우리에게 묘한 질문을 던집니다. 억 소리 나는 가격, 첨단 디스플레이,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까지 집약된 '강남 쏘나타' 제네시스가 왜 하필 가장 오래된 매체인 '라디오' 때문에 멈춰 서게 된 걸까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계적 결함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마주한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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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10초의 블랙아웃, 범인은 메모리 싸움

사건의 발단은 황당할 정도로 사소합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5~2026년형 G80, GV80 등 제네시스 주요 라인업 8만여 대에서 주행 중 계기판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원인은 디지털 라디오(HD Radio)와 아날로그 라디오 데이터가 차량의 두뇌 속에서 똑같은 '메모리 주소'를 쓰겠다고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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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겹치며 오류가 발생하자 시스템은 스스로를 재부팅했고, 그사이 운전자는 속도계도 경고등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화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럭셔리 SUV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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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끄고 다니세요"라는 뼈아픈 권고

더욱 당혹스러운 지점은 제조사의 임시 방편입니다. 오는 3월 정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배포되기 전까지, 제네시스는 차주들에게 "HD 라디오 기능을 비활성화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자부하던 차량이, 그저 평범한 라디오 방송 때문에 계기판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 장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이는 하드웨어의 화려함에만 치중했던 디지털 전환이 얼마나 사소한 '소프트웨어 로직 오류' 하나에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굴욕적인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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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라는 이름의 마지막 디테일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는 단순히 가죽의 질감이나 디스플레이의 크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운전자에게 변치 않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신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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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콜은 제네시스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기능을 얹어도 기본이 되는 소프트웨어 설계가 탄탄하지 못하면, 그 성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6년 하반기, 과연 제네시스가 이 '디지털 성장통'을 극복하고 다시금 진정한 하이엔드 브랜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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