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그리다 Apr 03. 2024

글로 Glow(빛나다)

첫 만남

  오래전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기 초였다. 자기소개를 써내는 란에 '장래희망'을 써내는 부분에 '동화작가'라고 네 글자를 꼭꼭 눌러서 써내었다.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나는 막연하게 나의 글을 언젠가는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끊임없이 했었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어떤 방법인지는 감히 상상조차 못 했었다. 또한 그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교육기관도 딱히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장래희망은 이렇게 저렇게 그 시절 꿈과는 무관한 다른 모습으로 변해왔고, 지금껏 두 개의 직업을 가졌었다. 좋아하고 행복했던 직장생활이었으나 그 두 개의 직업은 작가와는 거리가 먼 직업들이었다.

나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을 읽어 줄 때마다 내가 더 즐거웠고,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 예쁘고 개성 있는 그림과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늘 나의 심장에 끊임없는 노크를 해대었다.

똑똑!
듣고 있어?
네 마음의 소리를? 이야기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삶을 살아내며 써왔던 이야기들, 아이들과 산책하며 들려주던 내가 지어낸 이야기들은 그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두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2023년 가을에 지역문화재단의 '이웃 기웃 어울곳간'이라는 사업을 알게 되었다. 지역사회 내의 공간기획자와 자신의 공간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사업주를 연결하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글로 Glow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는 동네 서점에서 공간을 제공해 주고, 문화 기획자그림책 만들기 기획을 하였다. 이로 하여금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그림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막연히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라는 과정이 그저 수제 책 만들기? 핸드메이드 그림책을 만들게 되는가 보다 생각하였다. 워낙 손으로 꼼지락 거리는 무엇인가를 좋아하는터라 이 활동도 즐겁게 하며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기획자님의 수업 안내 연락을 받고, 글로 글로우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10월 27일, 그 첫발을 내딛기 시작되었다.

첫 만남

글로 글로우 프로젝트는 내가 자주 가는 동네서점에서 진행되었다. 늘 지인, 혹은 가족들과 가던 공간에서 낯선이 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프로그램 진행되는 첫날이 너무도 설레었다.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와 설렘 가득 안고, 두둥! 드디어 오리엔테이션 첫날!

서점에 마련된 빈 의자들이 어느덧 하나씩 주인을 찾았다. 8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본래는 열 명의 참가자가 정원인데 두 분은 개인적 사정으로 결석을 하였다고 한다.


작은 지역에서 살면서 한 두 번은 스치고 갔을 법도 한데, 기획자님을 포함하고도 다른 참여자 어느 한 분도 낯익은 얼굴이 없었다. 익숙한 공간이었음에도 새로운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니 마음속 한 구석이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손 끝에 땀도 촉촉이 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과 신선함!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소개시간이 있었다. 참여자 여덟 분 모두 각양각색의 개성이 넘치는 분들이었다.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표를 만들고, 순서대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얀 빈 종이 위에 예쁘게 써 내려간 이름 세 자 그리고, 자신의 그림으로 이름을 꾸몄다. 이름표를 손수 만들어보니 모두의 개성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녀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이 엄마로 불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 때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도시에서 자신의 이름 세 자로 살아가던 커리어우먼들. 모두 전문직에 종사하던 분들이었다. 출산과 육아로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고 함께 하고 싶어서 잠시 자신들의 이름을 뒤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더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역시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나의 고향이었지만, 타국에서 타지에서 학업과 직장생활을 위해 10여 년을 지내고 다시 돌아왔었다.  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워킹맘으로 14년을 지내다가 안식년을 가지며 하고 싶었던 공부를 2년 동안 집중하고 지난해 8월에 막 학업을 마쳤던 참이었다. 앉은 순서대로 자기소개가 끝나자 기획자님의 프로그램설명과 함께 우리의 미션이 전달되었다.

"여러분! 앞에 놓인 그림책 보이시죠?"

"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어떤 커다란 과제가 다가올지 모르고 우린 해맑게 대답했다.

"여러분들이 이런 그림책을 쓰고, 그리고 출판까지 4주 동안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

잠시 정적이 흐르고 모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앞에 놓인 책을 펼쳤다.

"네에? 4주라고요? 글, 그림 모두 다요? 이렇게요?"  웅성웅성 그리고 소곤소곤, "헐, 난 뭘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머! 난 그림 이렇게 못 그리는데, 그림 그리는 법 알려주는 거 아녔나요?"

기획자님의 프로그램 설명이 이어지자 우리 모두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그림책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배우는 수업인 줄 알았는데, 결과물이 4주 안에 완성된다고요?"

잠시, 우리의 장소는 넘쳐나는 두려움과 혼돈으로 커다래진 눈들로 꽉 찼다.

그때, 지난번 다른 프로그램에서 그림책 만들기를 한 번 경험하셨었다는 결님이 입을 떼셨다.


"여러분, 제가 경험한 바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표현하실 수 있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 사진으로 제작하신 분들도 계셔요. 그건 조율이 가능할 거예요."

그제야 술렁이던 우리는 경험자의 경험공유에  안정을 찾았다. 

이내 기획자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전문 그림책 작가님이 다음 회차부터 총 4회 동안 함께 진행해 주셔요. 그때 차근차근 배우고, 따라가면 문제없을 거예요. 너무 염려 마세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면 내가 할애해야 하는 개인작업 시간이 얼마나 될까?'

내 머릿속은 갑자기 뿌연 안개로 가득 찼다.

'아, 어쩌지? 그림을 어떡해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는데...? 여기 오면 글 쓰는 거, 그림 그리는 거 배우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나의 용기는  마음 저 아래쪽 구석 한 귀퉁이로 숨어 들어갔다.


<다음화에 계속>

지난해 우연한 기회로 제 마음속 버킷리스트였던 그림책 만들기를 도전하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과의 좌충우돌 경험을 기록하려 연재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느덧 우리 멤버들의 모임은 단단해지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그림책을 한편씩 만들게 되었지요. (각자 작품으로 여러 공모전에 응모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림책공모전은  출판하지 않은 그림책이 기준이라 멤버님들 모두 아직 출판등록을(ISBN) 하지 않았습니다.)
그간의 성장기록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부끄럽지만 꺼내어봅니다. 아직은 서툴지만 완주해 보겠습니다. ~^^
따뜻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