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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Apr 10. 2024

정은진 작가님과 함께

제주를 그리는 작가

일주일이 어느새 쏜살같이 가버렸다. 11월 3일 드디어 정은진 작가님을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다.

프로그램 브로셔에 적혀있는 우리의 스케줄은 6회 완성으로 마무리가 되는 여정이었다.


<글로 글로우 스케줄>

■1회 오리엔테이션

■2회차~5회 작가와 그림책 만들기

■6회 마지막 정리


총 여섯 번의 만남 중 작가님과의 시간은 4회로 정해져 있었다. 매주 2시간씩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상당히 빠듯한 시간 내에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실정이라, 회원들은 두 번째 시간이 어쩌면 선택에 기로에 서는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이날 작가님이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신 그림책 작업과정과 방법을 듣고 분이나 중도 포기를 하셨다. 빠듯한 일정이 매우 부담되셨다고 한다. 모두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가벼운 시작으로 시작하였는데 과정이 좀처럼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원들은 다음처럼 크게 세 가지로 같은 고민을 하였다.


첫째, 그림에 자신이 없다. 둘째, 시간이 빠듯하다.

셋째,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님을 만나기 전까지도 우리의 고민은 각자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던 중, 타박타박 소리와 함께 상큼한 레몬빛깔 재킷의 여성 한 분이 들어오셨다. 직감적으로 오~ 정은진 작가님! 상냥하고 환한 웃음을 얼굴 가득 장착하신 예쁜 작가님. 사실 우리 요디기획자님이 귀염을 한 몫하시는데, 정은진 작가님은 또 다른 매력의 소유자였다.


차근차근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나줘주시기 시작하였다. 우선, 시작에 앞서 작가님의 소개와 작품소개들을 해 주셨다.

정은진 작가님은 원래 문예창작을 전공을 하셨다고 한다. 꾸준히 글을 쓰시다가 그림책의 매력을 느껴 일러스트를 전문적으로 배우셨다.

작품을 읽어주시는 작가님


첫 번째 작품은 ‘나의 할망’(글,그림: 정은진 /반달)으로  어린 소녀와 할머니가 나눈 추억과 이별을 그린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고. 두 번째 작품은 ‘나의 첫 숨 너의 노래’(글 : 강하늘, 그림: 정은진 /나무말미)라는 그림책이었다.


'나의할망'에서 정은진 작가님은 제주출신으로서 생생한 제주의 오름을 정말 서정적으로 잘 표현하셨다. 작가님의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실제이야기다.  예쁜 억새밭과 제주의 돌담집, 그리고 집의 붉은빛 지붕 위에 놓여진 하얀 국화. 그림만으로도 독자들은 엄청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나는 낡은 휠체어를 꺼내고 침대에서 할망을 훔쳐요. 우리는 바다로 갈 거예요.

나는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본문에서 가장 빛나 보였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나가는 장면을 이렇게 기가 막히게 표현해 내다니.

정말 훔치고 싶은 문장이다.


"바다로 가는 길은 바람도 많이 불어 차가워요. 텅 빈 바다의 바람은 더 세차게 부는 것 같아요. "


저녁노을 비치는 바다는 붉은빛, 노란빛, 보랏빛이 환상을 이룬다. 생의 대부분을 해녀로서 시간을 보낸 제주 바다와 마주한 할머니는 끝내 먼 길을 떠나신다. 소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천천히 낭독을 하며 함께 읽어 내려갔는데,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회원분들도 계셨다.(어릴 적 할머니와의 추억에 감정이입이 된 분, 아버지와의 이별이 생각난 분 등) 그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이런 슬픈 이야기를 보여줘도 되는지? 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분도 계셨다. 실상,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모두 동의를 하기도 하였다.

그림책뿐 아니라 원화도 보여 주셨는데. 황홀함 그 자체였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그리는 거지? 작가님의 원화 작품을 보면서 오일파스텔이라는 그림도구에 관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제주하늘을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한 표지 장면도 최고였다.

나의할망 원화

나의 첫숨, 너의 노래 작품에서도 혹등고래를 아름답고 신비하게 오일파스텔로 표현해 주셨다.

두 번째 그림책 글은 작가님의 짝궁인 강하늘 작가님이 쓰시고, 그림을 정은진 작가님이 담당하였다고 하셨다. 두 분은 부부이다. 너무 환상적인 콤비 아닐까? 내심 많이 부러웠다. 누군가 협력할 사람이 가장 가까운 배우자라는 사실은 정말 멋진 것 같으다. 영감을 나누고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니. 정말 행운 아닐까?

정은진 작가님 대표작

작가님의 두 번째 그림책은 ‘나의 첫 숨 너의 노래이다.  이 그림책은 우리 그림책 만들기 과정 동안에 좋은 뉴스를 가져다준 책이었다. 프로그램 중반 정도에, 2023년 올해의 소년한국 문학 부분 우수어린이도서로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개인특별상도 수상한 ' 나의 첫숨, 너의 노래'( 글: 강그늘 그림:정은진 /나무말미)

출처 : 소년한국일보 발췌

 혹등고래의 생태적 특징을 강그늘 작가님이 적인 글을, 정은진 작가님이 어린 시절 경험한 제주의 돌고래 떼를 목격한 경험을 살려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 그리고 고래의 성장을 그렸다. 생태 관련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내게 책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내 머릿속에는 생태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은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샘플이 되어 줄 그림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물론, 내 그림책 결과물이 내 의도와 일치하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정작가님과 함께 두 권의 대표 그림책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가 작가님과 회원들 사이에 오고 갔다. 앞서 말한 내용처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줘야 하는 그림책의 역할에 반해 죽음에 대하여 서사하는 그림책을 어떻게 소개해줘야 할지, 그리고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써야 하는지, 작가님이 '나의할망'의 직접적 경험을 쓰며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 한 시간 반을 꽉! 채운 대화가 오고 갔다.

점점 심화되는 그림책 수업

그와 함께 본격적인 글과 그림을 어떻게 창작하는지에 대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림책에 대한 특징과 글이 갖춰야 하는 역할 및 그림이 갖춰야 할 역할등을 소개해 주셨다.

그림책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아리송해지는 글과 그림의 관계!

그림이 보여줄 수 없는 것을 글자로 말하는데?

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고?


"아, 이걸 어쩌란 말인가?"

"작가님? 이거 너무 어려운데요?"

"어떤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지, 글로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회원들의 질문과 호소들이 빗발쳤다. 우리의 얼굴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았지만, 나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동시에 표현한다는 것은 너무도 높은 산을 오르는 것만 같았다.


'손과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나의 마음을 어떻게 그리고 써야 하는 거지?'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를 포함한 여덟 명의 회원 얼굴들이 모두 물음표 가득 찬 풍선처럼 둥실둥실 우리의 공간을 채웠다.

어느새 시간은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어버렸다.


>>다음화에 계속


나의 첫숨, 너의 노래 관련 기사출처: 소년한국일보 2023.12.29

https://www.kidshankook.kr/news/articleView.html?idxno=9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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