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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Apr 17. 2024

나만의 키워드 찾기

나는 어떤 사람?

정은진 작가님과 함께하는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 시간에 예쁜 원화와 즐거운 그림책 읽기를 시작했다면,

이번 시간은 본격적으로 내가 쓸 내용을 기획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나의 기억으로는 총 4회차 중 두 번째 시간이 정말 고비였던 것 같다.

작가님께서 하얀 종이 한 장씩 나눠 주셨다.

"자, 오늘은 여러분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고,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하얀 종이

그리고 나의 이름칸과 좋아하는 것, 꿈, 고향 세 가지 키워드가 보였다. 이 작업은 작가로서 가지는 세계관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작가로서 세계관이라는 말이 다소 거창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나를 다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마인드맵의 형태로 키워드를 하나씩 추가해 나간다.

우선, 내 마음속의 그림책을 선정한다.

'나는 ○○한 그림책을 쓰고 그리고 싶다.'

이유는 ~한 이유로.

내 경우, 꿈그리다는 서정적인 자연이 있는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다. 이유는 자연이 그려져 있는 서정적인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가 되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큰 가닥이 잡히고, 동그란 칸을 채워가며 나의 키워드를 하나씩 찾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꿈, 고향, 관심사 등을 펼쳐 보이니 어느새 빈 공간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꿈그리다는 자연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서정적인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라고 마인드맵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하!
내가 막연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 단어씩 나열해 놓으니
내 마음속이 보인다.

나는 자연에서 느끼는 바람냄새, 초록빛, 흙냄새, 그리고 햇살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갑자기, 내 생각지도에 툭 하고 등장한 쇠똥구리는 2023년 어느 기사에서 보았던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소재였다. 평소에 자연놀이를 즐기는 나의 취향은 자연스레 자연훼손이 아닌, 보호차원에 관심이 높아졌고 그 결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과 환경과 자연을 접목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쭉~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작년 여름에 쇠똥구리 자연방사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오래전 산과 들에 지천이던 쇠똥구리가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이 되었었는데, 몇 해 전 그 쇠똥구리를 몽골에서 입양해 왔다고 했다. 자연번식을 시도하였지만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하였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었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있던 찰나였다. 그런 관심사가 나만의 키워드에 소똥구리를 넣게 된 이유였다. (참고로, 나는 20년째 영어교육 관련일을 하고 있다.) 소똥구리를 소재로 영어교육컨텐츠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여기에 반영되었던 것 같다. 환경적으로 소중한 가치를 가진 소똥구리는 우리의 삶에서 큰 일을 하던 존재였다. 사실적인 이야기도 좋았지만,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항상 내 마음속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었던 소재였다.  이번 기회에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에 키워드 자리 한편에 넣었는데 어느새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912142200530

 어느덧 회원들의 연필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종이를 채워가는 소리가 우리의 공간에 가득 퍼져갔다.

생각에 잠긴 듯이 머리 들어 하늘을 보다가 쓱쓱 지우고, 사각사각 다시 쓰고!

그러기를 한 20분이 지났을까. 작가님께서 조용한 목소리로 "자~ 이제 나만의 키워드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아, 부끄러워라!'

지면으로 만나는 내 키워드도 쑥스러운데. 그것을 발표라니요. 내 마음은 먼바다로 나가는 배를 탄 채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평소에 내가 해오던 프레젠테이션 발표나 교육발표, 시연과는 너무도 달랐다. 매우! 개인적 정보이고 주관적 관점이다 보니 ㅎㅎ부끄러움은 열 배가 되는 듯 하였다. 후에 느낀 바지만 이 과정은 꽤 중요한 작업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서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였다.

그 과정은 내가 작업을 끝까지 마치는 순간까지 휘청거리는 배를  단단히 붙들어주는 돛대와 같았다.


차례대로 한 명씩 자신의 키워드 발표가 있었다. 발표를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어느덧 옆집 언니, 동생처럼 느꼈다. 그저 얼굴과 이름만 알고 있는 우리가 이제 서로의 인생을 바라봐주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마음지도 안에서 모두 함께 웃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와의 추억, 타국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이색적인 놀이터에 대한 추억, 힘겹게 병원투어를 하며, 항암치료를 하고 있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아들과 놀아주는 엄마의 마음,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그림으로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 아이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또한 코로나시절 집콕놀이를 하며 보냈던 추억을 담고 싶은 마음 등등! 모두 개성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부끄러운 듯, 어렵게 뗀 우리들의 두 입술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였다. 서로의 마음지도 키워드를 이야기하며 부연되는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도 들으며 공감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눈물 반, 웃음 반...,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조금씩 세상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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