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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Jul 05. 2023

조류 정상회담

오늘도 협상은 글렀네!

By 꿈그리다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들은

저마다 다른 먹거리를 먹고,

먹이사슬 구조에 따라

먹고 먹히며 살아가고 있죠.

아무리 아름다운 생물이라도

 생명체가

동물이던 식물이던 먹어야 살고

먹는다는 것은

 먹이가 살아있는 생물이던,

죽어있는 생물이던

파괴 혹은

살아있지 않은- 죽음의 상태-입니다.

종종 산채로 먹이를 먹는 생물도 있지만 말입니다.


모든 생명들의 이해관계도 다르겠죠?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물살이, 하늘살이, 육지살이

그리고 우리네 인간들 조차 모두 다

다른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요.

그들이 개인이든 단체이든 나라이든 말이에요.


오늘은

근처 냇가에 어렵사리 세 종류의

새들이 모였습니다. 나름 각 조류들의 대표로 보입니다. 제일 먼저 왜가리가 보여요.

하얀 와이셔츠에 회색양복을 쭉 빼입은 듯합니다.

사이즈도 참...,

대, 중, 소

골고루 모였네요.


처음에는 같은 목적을 가진 듯이

물 가로 천천히 모여들어요.

하얀 백로는 적극적으로

물에 빠져 먹잇감을 찾아냅니다.

왜가리는 응큼하게  그저 동향만 살피고 있어요.

더 맛나고 큰 먹이를 노리는 지도 모르겠어요.


멀리서  물고기맛집인가, 벌레맛집인가 하며

소문 듣고 온 까치가 왜가리 근처에서.

머리를 연신 조아리며 서성입니다.

못 본 척 하고 고개 돌리는 왜가리!

무색해진 까치 멋쩍게 돌아섭니다.

망신당한 느낌 주체할 수 없는 까치는

재빨리 반대방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오늘은 유독 검정 턱시도가

제법 윤이 나고 멋있는데 말입니다.

다리 긴 왜가리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립니다.

왜가리는 쌀쌀맞게

친한 척 계속 빙빙 도는 백로를 보고도

본 척 만 척입니다.


백로와 까치 모두

보아하니 제일 덩치 큰 왜가리 눈치를 보는듯해요.

몸빵이라도 당할까 슬금슬금 주변만 맴돕니다.

어쩌다 이리 한 곳에 모였을까

보기 드문 현장을 보고 있자니

실실 웃음이 납니다.

저 녀석들 움직임이

마치

우리 인간들의 모습처럼 보이더라고요.


어라 하얀 드레스 입은 백로님

치맛자락 젖을까 봐

돌 위에서  얼음 되셨네요.

뭔가를 원하는 듯 백로는 서서히 그리고,

슬쩍 왜가리 근처로 한 발 한 발 다가갑니다.

하지만 눈길도 주지 않는 왜가리

정말 너무 하는구먼요.

그대로 한치의 움직임 없이

자신의 먹잇감만을 기다리네요.



에잇, 오늘 조류 정상 회담은 글렀네요.

동네 내천에서 요전날

물고기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반짝이는 배를 하늘로 향한 채

하늘나라로 가버렸는데...

혹시나 그 죽음의 이유를

논의하고자 모였나 했더니

아니구먼요.

오늘 조류정상회담은

어째 폭망인 것 같네요.

저마다 자신의 갈길로

가는 조류 정상님들!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의 사망원인에는

관심도 없겠죠?


다시 재빠르게 각자 갈 길로

들어섭니다.

아휴,  각자 살기도 바빠 주겠는데

떼죽음 당한 물고기가

뭐가 중요해!

어렵게 마주한

마리의 새들이 만드는 풍경을 보다 보니

참으로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지 않나 싶네요.

어쩌면

우리를 대표하는 이들 또한

각자의 먹잇감에 집중하고,

같이 살아가고 있는 냇가, 그들의 터전에서 벌어진

의문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겠죠.

이래나 저래나 암만 봐도

오늘 조류정상회담은 글렀네요.


까만 턱시도 입은 까치님은 풀숲으로

회색 양복 입은 왜가리는 고고하게 그 자리에

하얀 드레스 입은 백로는 깃털 젖을까,

살금살금

자신이 서서 발 말릴 돌멩이를 찾아 나섭니다.

이렇게 오늘의 회담은 결렬입니다.

얼마 전, 집 주변에서 물고기들이 떼로 배를 보이며 죽었습니다.
작은 하천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네요.
커다란 붕어가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데 도울길이 없었어요. 슬프게도 하천 주변에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가득이었어요.
원인을 모르겠어요.
그저 더운 날씨에  산소 부족으로 생을 다한 것인지 아니면, 몹쓸 사람들이 폭우 내리는 틈을 타서 나쁜 물을 방류를 한 건지
며칠 내내 궁금하던 차에 이렇게 세 종류의 새들을 한자리에서 보게 되었네요.
잠시 상상을 해보았어요.
혹시라도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생긴 일에 대한 회의를 하러 나온 걸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들 삶도 비치네요. 저렇게 보이는 뒷모습들이 우리 사는 세상의 대표들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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