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들이 식음을 서서히 멈춥니다
지니고 있던 본연의 색마저 내보냅니다
있던 자리까지 다음 해에 태어날 잎눈들에게 내어 줄 준비를 합니다
머금고 있던 물기가 메말라 가도 참아냅니다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그래도 마른 잎사귀들은 한 방울의 물기 조차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한결 가벼워져 보입니다
홀가분하게 늙은 나뭇잎들이 하나 둘 셋
이내
힘없이 건듯건듯 나부끼며 땅으로 땅으로 내려앉습니다
더 내려갈 수 없는 곳에 다다르면 그제야
살포시 눕습니다
점점 자신의 존재가 옅어지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로 인해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려는 듯
잎들은 편안히 하늘의 뜻을 기다립니다
우리네 삶도 그럴 테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
문득 네 계절을 지나오는 동안 나의 비어 있던 그릇이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점점 그 그릇은 채워지기 어렵겠지요
아쉬움이 남아 겹겹이 쌓이더라도
토닥토닥 제 어깨를 두드려 줄 겁니다
'수고 많았다'라고.
'많이 사랑한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