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제주살이와 올레

_단순한 걷기

by 조안나


결혼 생활이 종료되고 나서 좋은 점들을 찾은 적이 있다. 밥하는 일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일년에 기본으로 있는 경조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약간 흐트러진 모습으로 편하게 있어도 마음 편하다는 점이 있다. 물론 더 세세하게 적을 수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신경을 덜 쓰거나 안 써도 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대 사회에서 신경을 덜 쓰고 산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척도 같다. 신경을 많이 쓰다 보면 정신질환에 걸리는 확률도 높다고 하니 이런 부분에선 좋은 몫￲을 택한 거라￳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럼에도 배신에 대한 감정은 자꾸만 올라왔다.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생각이 나고 생각하다 보면 과거 억울하고 속상￳했던 모든 일들까지 줄줄이 들어 올려지는 것이다. 아이들도 있으니 빨리 감정을 정리해야 하는데 잘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올레를 걸어 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제주도에 살지않았을 때 버킷 리스트에 적어 두었던 올레 걷기를 제주에 와서 살면서도 걸을 생각을 안 했다니... 정신을 다른 곳에 팔았으니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을 놓치기도 하는 거 아니니 정신 차려야지. 내가 나에게 야단을 친다.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거의 매일 올레를 걸었다. 볕도 좋고 풍경도 좋고 나처럼 혼자서 걷는 이들도 많았다. 저마다의 이유로 걷기를 하는 것이다. 걸을수록 생각이 사라져 머리는 가벼워지고 다리와 몸이 단단해졌다. 몸과 마음이 커지니 배신에대한 감정은점점 콩알만해져 버렸다. 1년을 걷고 나서 정말 아무렇지 않은 감정이 되었고 아이들 문제로 가끔 연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마주하기가 편해졌다.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고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안도감도 생겼다.


걷기는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공원 산책로도 좋은데 제주의 올레는 얼마나 더 좋은가. 이 좋은 공간에서 딸아이와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올레를 걸으면서 만나는 자연, 새소리, 바람, 파도, 햇살 사람들의 어울림과 유쾌함 그런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게 해주었다. 자연스럽게 스케치북과 미술도구들을 담은 아트박스를 손에 들고 앞장서 걷다가 그리기 좋은 장소가 나타나면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아주 좋은 미술선생님이자 거대한 재료 창고이기도 한 자연에서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로 수채화를 그리고 마른 뒤 남은 소금자국을 신기해하기도 했다. 제주의 올렛길이기 때문에 특별했다. 제주에서의 올레 걷기는 몸과 정신에 건강을 가져다주고 감정의 누룩을 없애어 보송보송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해주는 참 다정한 의사이자 상담사임이 틀림없￸다. 딸아이도 올레를 걸으멍, 쉬멍, 그리멍 하는 것을 좋아하니 더욱 좋다. 먼훗날 내가 노인이 되어서도 딸과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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