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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 무장 경찰 Mar 07. 2024

배우자의 외도라는 망상

오해가 부른 충격적인 비극


오해가 부른 충격적인 비극의 완결입니다.



https://brunch.co.kr/@7615295/45



열어! 문 열라고!” 김 경위가 소리쳤다.

12월 겨울밤 그의 목소리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건물 안으로 울려 퍼졌다.


 “살려주세요!”


“가만히 있어. 이 X아!”


이젠 두 사람의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신고자는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남자는 그녀를 위협했다. 두 사람의 격한 소리는 현관문 하나를 두고 울려 퍼졌다.


필시 여자는 나가려고 하고 남자는 그녀를 붙잡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김 경위는 직감했다.


그때 102호 문이 열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김 경위가 문을 붙잡았다. 그 아이로 신고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는 여자를 밖으로 끌어오려고 손을 뻗으려고 했다.  순간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고 말았다. 그녀 뒤에 거대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었다.


18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남자. 그가 신고자를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상현은 아내가 귀가하기 전에 이미 결심했다. 더러운 관계를 끊어버리겠다고.


아내가 들어오자, 그녀를 방에 가두고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간 쌓인 분노가 폭발해 버린 것이다.


혹시 눈을 돌린 사이 신고할까 봐 칼까지 준비했다. 그녀 앞에서 보란 듯이 오른손에 식칼을 쥐고 청테이프로 둘둘 감아서 붙였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칼을 빼앗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상현은 오늘 모든 걸 끝낼 생각이었다.


철저하게 준비했다. 아내가 신고할 만한 여유는 없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경찰이 왜 온 건지 상현은 도통 알 수 없었다.


문 밖에서 경찰관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아내가 현관으로 뛰어갔다. 상현도 곧 따라가 잡았으나 아내가 빨랐다. 이미 문을 열어버렸다. 그리고 그 틈으로 경찰관이 보였다.


이젠 정말 끝이다, 상현은 생각했다.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그는 발로 문을 세게 걷어찼다.


그러자 102호 문이 활짝 열렸다. 좁은 빌라 복도에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 경찰과 새파랗게 어린 여자 경찰이 서 있었다.  


웬일인지 경찰은 상현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도망가려는 아내의 목을 왼손으로 감아버렸다.


“컥” 하는 소리가 들리며,  그의 반밖에 안 되는 아내가 힘없이 끌려왔다. 그의 반도 안 되는 아내가 힘없이 끌려갔다.


그리고 칼을 든 손을 높이 들고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내리찍었다. 비명과 함께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상현은 같은 부위를 향해 몇 번을 더 칼로 내려 찍었다.




김 경위는 칼을 든 상현을 보자, 순간 뒷걸음질 쳤다. 그러고 바로 삼단봉을 꺼냈다.


뒤에 있는 이 순경을 보니 이미 상현을 향해 테이저건을 겨누고 있었다.


“이 순경 쏴!” 하고 그가 소리쳤다. 엉겁결에 이 순경은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하지만 전극 침은 빗나가버렸다. 피해자를 인질로 잡고 칼을 휘두르는  범인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난항에 빠지고야 말았다.


상현은 “다 죽여 버릴 거야!”라고 소리치며 아내의 어깨를 다시 칼로 찔렀다. 그녀는 거의 실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한쪽 팔과 티셔츠의 반 이상이 피로 물들었다.


상현이 칼을 앞으로 뻗어 김 경위를 향해 휘둘렀다. 허공에 대고 엑스 자로 휘두르며 점점 앞으로 밀고 나갔다.


김 경위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오랜 기간 경찰 생활했지만 이런 일은 아직 익숙하지 못했다.


그는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공동현관 입구까지 밀려나고 있을 때였다.



“비키세요!” 두 명이 경찰관이 들어왔다.  남자 경찰 두 명이 삼단봉을 들고 선두에 섰다.


그럼에도 칼을 빼앗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테이프로 붙여버렸으니 그를 제압하지 않는 이상 답이 나오지 않았다.


 눈이 뒤집힌 상현은 무서울 게 없었다. 그간 쌓인 분노에 술기운이 더해져 용기가 솟구쳤다.


그의 앞에서 새로 합류한 젊은 남자 경찰이 달려드는 게 보였다. 그는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경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게 보였고, 그 사이로 피가 솟구쳤다.


이번에는 다른 경찰관이 달려들었다. 상현은 그에게도 칼을 휘둘렀다. 그의 이마를 칼로 베었다. 하지만 그 경찰관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피범벅 된 얼굴로 대항하고 있었다. 


점점 상현의 뜻대로 되질 않았다. 그는 똑바로 정신을 차려봤다. 어느 순간 4명의 경찰관 모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게 보였다.


찰나의 순간이었는지 모르지만 상현은 어느새 복도 바닥에 누워 있었다.



경위가 빌라 복도에 엎드린 상현에게서 칼을 빼앗았다. 곧바로 두 남자 경찰이 그의 팔에 수갑 채웠다. 후배 이 순경은 신고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렇게 김 경위는 상현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러나 피해가 너무 컸다. 그의 아내는 물론이고 동료 경찰관 두 명이나 크게 다치고 말았다. 그래서 후련하지 않았다.





사건은 내가 있던 강력팀에서 담당했다. 상현의 혐의는 살인미수였다.


 경위에게 모든 정황을 듣고 빌라 CCTV까지 보니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사자만큼은 아니겠지만)


신고자는 오른쪽 어깨와 팔을 심하게 다쳤다. 칼로 몇 번을 찔린 건지 수술을 해야만 했다.


칼에 베인 두 명의 경찰관도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그럼 신고자인 김선영은 외도한 게 사실이었을까? 우린 그녀가 입원한 병원에 가서 어렵지 않게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형사님. 남편이 직장도 없어요. 돈 벌 생각도 하지 않아요. 그래도 아이는 키워야 하잖아요. 저라도 일을 해야죠. 저 다시 BAR에서 일한 것뿐이에요. 남자 만난 거 아니에요."



상현은 구속됐다. 검찰청에 가기 전날, 그는 눈물 콧물 전부 쏟아내며 자기가 한 일을 후회했다. 아내와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남자와 누가 같이 살 수 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지만 수술을 마친 신고자가 면회를 요청했다.


그녀는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지켜진 건지 나는 모르지만 지금쯤이면 그가 출소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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