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벤치에 홀로 앉은 누군가의 어머니

사람사이. 늦가을 보라매 공원에서,

by 샤이니


신문 사회면에 실린 내용이다.

2025 정원박람회는 보라매공원에서 내년 5월부터 5개월간 ‘Seoul, Green Soul’을 주제로 펼쳐진다.


서울시는 뚝섬한강공원에 ‘시민대정원’을 조성해 총 78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한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이어, 서울 서남권 대표 공원인 보라매공원 역시 시민을 위한 아름다운 대정원으로 탈바꿈함으로써 권역별 균형 있는 정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원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한다.







도심 속에 살면서 집 근처에 마음만 먹으면 산책할 수 있고 운동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늦가을의 정취도 느끼고 운동도 할 겸 남편과 둘이 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


날씨가 맑고 따뜻하니 어린이집 아이들, 유치원생들이 많이 보인다.

선생님 구령에 맞춰 하나, 둘을 외치며 까르르까르르 웃는 모습,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산책하는 모습,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떠는 중년여성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할머니 한 분, 벤치에 홀로 앉아 햇볕에 등을 맡기고 앉아 계셨다.


옆 벤치가 비어 있어 비타민D도 섭취할 겸 우리도 여기 앉아 쉬기로 했다.

우린 오랜 시간 모임을 해온 지인들과 연말에 어디로 놀러 갈까 의논하고 통화하다가

아차! 했다.

옆에 혼자 앉아 계신 어르신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 이야기에만 열중했구나! 싶었다.


살며시 돌아다보니 굽은 허리를 하고 혼자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조심스레 가방에서 음료를 꺼내 소리 나지 않게 드시더니 삶은 계란도 조용조용 드신다.


우리가 자리를 피해 드리면 편하게 드실 텐데 하는 생각에 그 자리를 서둘러 떴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분 모습이 눈에 아른 거렸다.

분명 그분도 자식이 있고 친구들이 있을 텐데 공원 벤치에 앉아 외롭게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시는 걸 자식들이 본다면 어떤 마음일까? 얼마나 마음 아플까 생각해 봤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모습이지만 동병상련이랄까?

아님 쓸쓸한 계절 탓이었을까~~~


그래도 혼자서 공원에 나올 수 있는 건강과 건전한 정신을 갖고 계신 것만으로도 행복하신 분이라 믿습니다.


한 가정을 이루고 토끼 같은 자식들이 태어나 세상 다 가진 기분을 느끼며 살다가 어느 순간 성장한 자식들은 군대도 가야 하고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되고 결혼을 해서 제 갈 길을 위해 떠나간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부부도 누군가는 먼저 곁을 떠나게 되어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 삶이지만 나이를 먹으니 왠지 서글퍼지는 시간들이다.


우연히 만났던 누군가의 어머니처럼 혼자서도 꿋꿋이 세상 밖으로 나와 운동할 수 있는 용기와 건강을 챙기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