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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비 아가씨 말을 잘 듣나요?

사람사이. 남해여행 2박 3일,

by 샤이니



여행의 마지막날은 항상 아쉽다.

남녀 합방도 마지막이다.


남해섬의 끝인 미조항 입구에 커다란 돌 표지판. 우리나라 국도 3호선, 19호선 출발점이라는 푯말이 입구에 보인다.


평소에 남편은 운전 중에 도로를 지나가며 여기는 3번 국도야, 혹은 7번 국도야 하며,

출발점과 끝이 어디라는 설명을 자주 해준다.

아~ 그래. 나 몰라도 되는데 하며 건성으로 대답해 주며 살았다. 난 따라가면 되니까!



남편은 머릿속에 전국지도가 저장되어 있어 '내비게이션 아가씨' 말도 잘 안 듣는 사람이다. 가끔은 헤매면서 이 길은 언제 만들었지? 하며 멋쩍게 웃어넘긴다.


한 번은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개통한 날이다. 갑자기 춘천을 가자기에 왜?

오늘 고속도로 개통날이니 가봐야지! 오늘은 복잡할 텐데 다음에 가자 해도 막무가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서울 시민 모두가 춘천을 가는 건지 도로에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고속도로 개통하면 한 시간 이내 도착이라 했는데 3시간 40분이 걸렸다.

배도 고프고 짜증이 나는데 가는 식당마다 만원이다. 그날 이후에도 개통날 가봐야 하고 새로 생긴 도로는 답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성격은 안 바뀐다.






항상 길치라는 말을 듣는 나는 또 한 번 무지함? 을 들키고 말았다. 신기한 듯 돌 표지판을 보며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럼 끝은 어딘데? 끝도 되고 출발점도 되는 거지! 처음 눈으로 확인한 국도 출발점.

근데 나만 모르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다 알까?





[국도 제3호선은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초전삼거리와 평안북도 초산군 초산면을 잇는 대한민국의 일반국도이다.]


[국도 제19호선은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미조리에서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서석면 풍암리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일반 국도이다.]



미조항에서 남해여행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현지인에게 소개받아 해녀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갔다. 역시 맛집은 골목 안에 있는 허름한 건물의 식당이다.


겨우 찾아간 식당은 아무리 사장님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뒤돌아서 나오는데 들어오세요, 식사됩니다. 하신다. 할머니가 배추 절이고 힘들어 누워있다 나오시는 중이란다.

서비스로 맛이 있을지 몰라도 겉절이랑 해줄 테니 뭐 드릴까요?


해녀 할머니가 잡아오신 문어, 해삼, 멍게, 돌멍게, 전복등 다섯 가지 해산물로 만든 모둠회를 주문했다. 이렇게 맛있어? 제주도 여행 중에 해녀들이 노상에서 손질해서 먹어 봤던 그 맛이야! 더 시킬까? 이미 전복죽도 시켰으니 다 먹어보고 그래도 먹을 수 있으면 주문하기로 했다. 살아있는 전복으로 만든 전복죽도 환상이다. 아차! 사진... 먹다가 찍은 전복죽.





제대로 몸보신을 한 후 내년을 기약하며 해산했다. 내년에도 열심히 일하고 또 여행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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