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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사장님의 탁월한 눈썰미에 반하다.

사람사이. 직장생활에서 얻은 병

by 샤이니

보청기 구입하러 간 날.



출처@핀터레스트


35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자의 삶을 살아가며 노후에 하고자 했던 나무 가꾸기와 농사일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남편 이야기다.


오랜 시간 소음에 노출된 직업으로 나빠진 청력 때문에 일상생활이 점점 힘들어지고 치매가 빨리 온다는 보도를 접하며 보청기 매장을 찾았을 때 일이다.



두 종류의 보청기를 설명해 준다.

귓속에 끼우는 것과 이어폰처럼 귀에 거는 것을 설명해 주며,

선생님은 "손가락 끝이 뭉특" 해서 귓속에 끼우는 건 불편해서 못하세요.

그러니 이어폰형을 하세요. 한다.

나는 미간상 보기 안 좋은데 했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고집할 수가 없었다.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사장님 말에 따르기로 했다.



~~~ 손가락 끝이 뭉특해서~~~



정말 몰랐다.

긴 세월을 함께해 온 아내라는 사람은 남편 손가락 끝이 뭉특해서 작은 일들을 섬세하게 하지 못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뭉툭한 손가락 탓인걸. 기계치라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솔직히 고장 난 욕실등을 교체해 달라면 거울을 깨서 손은 피범벅이 되고

나사를 조여 달라면 너무 세게 돌려 헛바퀴 돌게 만드는 최강의 마이너스 손이었다.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어설픈 일처리에 자신은 더 많이 속상했겠구나를 느끼게 된 게

무려 46년 만이다.

왜 다르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까?


내가 그동안 남편을 구박하고 짜증 냈던 일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니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고 너그러움도 생겨났다.


지금은 무조건 손가락 때문이야 하며 이해하니 짜증 낼일도 구박할 일도 줄어들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이 실감 났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 사명감만은 아닌 직업의식이 철저하신 분이다.

몇십 년을 같이 살아온 사람도 모르는걸 겨우 몇 분 대화 중에 손가락 생김새까지 확인해 가며 설명해 주신덕에 물건에 대한 확신을 갖고 구입하게 해 주신 보청기 가게 사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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