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 왜 이리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으로 바뀌었을까?
아들과 둘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주변에 시선이 왜에? 둘이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한 번은 장성한 아들과 둘이서만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딸내미랑은 많은 추억을 쌓았지만 아들과는 기억 속에 없다.
대학 학기 중에 군복무를 끝마치고 졸업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하랴 신혼생활하랴 두 아이 아빠 노릇까지, 이 글을 쓰다 보니 우리 아들 참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구나 싶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를 넘어 중년 중반이 되어 버렸다.
어느 날 며늘아기가 어머니!
“ㅇㅇ아빠 휴가 냈는데 같이 여행 다녀오세요.” 한다. 남편은 다행히도 더운 나라는 싫단다. 앗~싸. 해보고 싶었던 <아들과 둘만의 여행> 기회 다 싶어 아들! 엄마랑 같이 여행 갈래?네. 좋아요. 일사천리로 인터넷 검색해서 예약하고 내일 모래 출발해요. 한다. 이틀 후 설렘 반 기대 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 5박 6일 ~~~~
우기라던 베트남 날씨는 우산 쓸 일이 없었다. 차량으로 이동 중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언제 비 왔나 싶게 쨍했다.
취향이나 성격이 비슷한 아들과 나는 대체로 편안한 여행을 했다. 더우면 카페에서 두세 시간을 쉬면서 그동안 못해왔던 대화를 나누고, 더위가 가시면 관광하고 쇼핑하고 마사지도 다니며 즐겼다.
아들은 비위 약한 엄마 때문에 야시장은 밤에 혼자 구경하며 맥주도 한잔하고 왔단다.
새벽엔 나 혼자 해변가 모래밭을 산책하고 맨발 걷기도 하고 들어왔다.
나름대로 각자의 시간도 보내면서 5박 6일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아들의 속마음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여행에서 돌아와 황당했던 일이다.
참 각박하고 험한 세상임을 일깨워줬다.
병원 예약이 잡혀 있어 공항에서 곧장 갔다.
접수창구에서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어요? 묻기에 어떻게 알아요? 컴퓨터에 출입국 기록이 남는데서 놀랐다.
의사 선생님도 똑같은 질문 후, 아드님이 장가 안 갔나 봐요? 아닌데 우리 아들 애 둘에 와이프도 있어요.
“그럼 부모님 재산이 많으시네요." 하며 웃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겨줄 재산도 없지만, 재산을 바라고 여행을 갔던 아들이 아니라고 말하며 돌아서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친구들이나 주변에 지인들도 똑같은 소릴한다. 아니 아들하고 둘이 왜 여행을 가요?
국내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아들하고 가서 뭐해요? 여행 가서 뭐 하다니요? 말 그대로 여행 간 건데 뭐가 잘못됐나요? 계속되는 질문이 의외였다.
우리가 특별한 행동을 한 건가? 생각해 봤다.
며늘아기가 먼저 여행을 제안했고, 시간이 되면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에 좋아, 했다.
딸내미는 오빠랑 좋은 시간 보내고 오라며 용돈도 넉넉히 챙겨줬다.
남편은 인천공항까지 운전해 주겠다며 직접 나섰다. 우린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이 주변에서 이런 반응이 나타날 줄은 예상밖의 일이었다.
이번일을 겪으면서 이 시대에 젊은이들을 너무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세대들로 몰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각박한 세상임에도 착하고 바른 마음을 갖고 사는 아들, 딸들도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사위들도.
우리 사회가 왜 이리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으로 바뀌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