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머물던 시간

웃으면 복이 와요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뉴스는 짜증 나는 내용들만 있으니 자연스레 멀리하게 된다.

그래도 티브이 자체를 완전히 안 볼 수는 없어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며 생각한다.


요즘은 버라이어티 예능이 대세다.
여행과 먹방이 곁들여진 포맷이 모든 방송국의 기본 메뉴가 되어버렸다.

물론 그 안에도 많은 정보와 재미도 곁들이지만 추억을 향수하게 되는

오래 전의 프로그램들이 가끔 그리워진다.

획일화된 포맷 속에서 찾기 힘든 날것 그대로의 웃음을 보고 싶다.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여로'라는 드라마가 방영될 시간이면 길에 사람이 사라질 정도로

'국민드라마'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대원군' '여인천하'같은 진중하고 다소 무거운 사극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시트콤 '한 지붕 세 가족', 최장수 연속극 '전원일기'같은 따듯한 가족드라마도

소소한 재미로 장기 방영되면서 일요일 아침과 저녁 시간을 채워 주었다.


그리고,
한때 안방을 책임졌던 ‘정통 코미디’는 언제부터인가 설 자리를 잃고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웃으면 복이 와요’처럼 당시의 시대상과 서민의 삶,
애환과 사랑, 웃음과 행복을 함께 담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말 사랑받는 대중의 친구였다.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닌 '쇼쇼쇼'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었다.

1980년 이전에는 흑백텔레비전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모노톤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오히려 더욱 짙고 깊게 다가온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구봉서, 배삼룡, 이기동 같은 원로 코미디언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름만 들어도 장면 장면이 스쳐 지나가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별한 특징 없이도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던 구봉서를 필두로
‘원조 바보 연기’의 달인이자 천부적 감각을 지녔던 배삼룡,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구봉서 선생님과 배삼룡 선생님이

화면 캡처 2025-07-20 122312.jpg

콤비로 나와 연기했던 엄청난 인기의

이 대사는 요즘도 연속극이나 연예인들이 가끔 들이대는 명대사이다.


“아~ 어디론가 멀리멀리 가고 싶구나”를 외치며 양팔과 어깨를 흔들어 대던 이기동,
“아이구야~” 대사 하나로도 큰 웃음을 줬던 임희춘,

‘홀쭉이와 뚱뚱이’ 콤비 양훈과 양석천,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남철과 남성남 콤비까지.


그들의 이름은 곧 하나의 장르였고,
그들이 있었기에 한국 코미디는 따뜻하고도 건강한 웃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런 웃음을 함께 나누던 가족의 기억이 있다.

수많은 원로 코미디언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던 송해 선생님까지.
그분들은 이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그들의 웃음은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서 살아 있다.


이후 2세대에 들어서며 ‘코미디언’은 ‘개그맨’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세대교체는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김학래, 임하룡, 심형래, 김형곤, 최양락 같은 스타 개그맨들은
TV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 같은 프로그램이
당대 최고의 인기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각 코너마다 다양한 설정의 콩트가 사람들을 웃기고, 때로는 울리기도 했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황제로 불린 심형래는 어린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그가 행하는 모든 말과 동작들은 전 국민이 따라 하는 신드롬을 낳을 정도였다.
또 그를 따라가며 능청스럽게 맞장구치던 임하룡,
풍자와 위트로 당대 정치·사회 현실을 꿰뚫던 김형곤,
그리고 사투리 개그의 선두주자 최양락까지.

그들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그 시대의 감정과 공기를 코미디 속에 담아내던
진짜 이야기꾼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웃음들이 모두 지난 추억이 되어 버렸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었는지, 사람들의 관심사가 완전히 바뀌었는지

지금보다 여러 가지로 어렵던 그 시절에 사람들에겐 삶의 위로가 되고

건전한 웃음을 선사했으며 시대를 함께했던 프로그램과 그 속의 연기자들.


세상은 돌고 돌아 지난 유행이 다시 올 그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는 기다린다.

순수한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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