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일 오늘의 일기
여름 끝자락
처서도 지났건만
여전히 무더운 바람.
나는 이 바람이 좋다.
겨울바람이라 생각하면,
차가움 대신 따스함이 느껴진다.
높은 습도도 좋다.
습식 사우나라 여긴다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피할 수 없다면
지쳐 간다면,
즐기면 된다―
억지로 우기자.
바람과 습도 위로
파란 하늘에 구름이 번져간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라 불러도 좋으리.
잘 가라 바람아.
잘 가라 구름아.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
내년엔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올 테니까.
매미 울음은 힘이 빠지고,
아직 들리지 않는 귀뚜라미 소리.
가는 계절의 아쉬움,
기다림 속 그리움.
올여름은 추억도 사랑도
비와 함께 사라졌다.
남은 건
전기세 고지서뿐.
여름의 끝자락은 너무 길어,
가을의 길목이 사라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