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 하늘 위의 3김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등장인물

김영삼(YS) – 경상도 억양, 직설적이고 다혈질.

김대중(DJ) – 전라도 억양,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어투.

김종필(JP) – 충청도 억양, 느긋하면서 현실주의자.


1막 ― 회상과 아쉬움

(구름 위의 하늘 정원, 원탁에 앉은 세 사람. 하늘 아래로 한국 정치판이 아른거린다.)

YS: (탁자 치며) 아이고야, 언제부터 이래 돼 부렀노. 내가 보니깐 2000년대 초반까진 그래도 보수·진보 균형이 있었는데, 그 담부터 아예 나라가 반 토막 나 부렀다 아이가.

DJ: (한숨) 맞제. 민주주의라는 건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혀. 그런데 이게 진보·보수가 아니라 좌파·우파로만 싸우는 판이 돼부렀어라.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그냥 적으로만 보는 것이 문제제.

JP: (팔짱 끼고) 그거 말이유. 정치가 논쟁은 해야 하는디, 협상은 실종돼부렀어. 내가 보믄 말이여, 요즘 정권의 어젠다는 ‘권력 유지’ 하나뿐이유. 경제도, 외교도 뒷전이고, 오로지 진영 결집만 하잖어유.


2막 ― 현실 진단

YS: (콧방귀) 그래, 모든 권력기관 ― 검찰, 경찰, 방송, 법원까지 ― 다 한쪽에서 틀어쥐어 부렀다 아이가. 권력 균형 깨지믄 민주주의는 죽는 기라.

DJ: (고개 끄덕이며) 맞아라. 언론도 특정 편만 들고, 학계·문화계도 기울어져 있는 것이 문제여. 이러믄 국민 절반은 늘 소외감만 느끼제. 그게 민주주의에 가장 해로운 것이여.

JP: (비죽 웃으며) 균형 깨지믄 말이유, 결국 독주를 하게 돼. 반대편은 다 적폐로 몰아붙이고, 자기 사람만 심어놓으니 국민이 피곤허지유.


(잠시 정적. YS가 옛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인다.)


YS: (주먹 불끈 쥐며) 그래,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기다. 내가 금융실명제 할 적에 다 반대했어도, 나라 위해서 그냥 밀어붙였지 아이가. 근데 지금은 그런 결단력이 전혀 없다, 전혀!

DJ: 지도자는 국민의 아픔을 들어야 하는 것이제. IMF 때 나라 살리자고 국민이 다 같이 허리띠 졸라맸어라. 근디 지금은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희망을 못 주고 있당께.

JP: (고개 끄덕이며) 맞아유, 희망이라는 건 말만으론 안 되는 거지. 정치라는 게 다시 살아나려면, 서로 욕만 해댈 게 아니고, ‘딜’을 해야 혀. 정치판에 타협이 없으면 국정이 돌아가질 않어유. 나 같은 킹메이커가 지금 있었다면 판이 조금은 달랐을 거유.


YS: 내도 지난 시절 돌이켜보믄 안타까운 게 많다 아이가. 김일성이랑 만날라 했는데 죽어뿌서, 러시아 가서 꼬르바초츠 만나고 남북도 풀어보려 했는디… 일장춘몽이 돼뿟지.

DJ: 나도 안 그랬는가 말야. 김정일 만나서 남북평화 위해 돈도 갔다주고, 노벨상도 탔지만… 결국 욕만 엄청 먹었당게.

JP: (장난스럽게) 두 사람은 한 번씩 해 먹었으면, 나도 한 번 대통령 만들어줬어야 하는 거 아녀유? 나도 자격 충분했는디 말여. 허허.

2025-08-27 13;17;42_.png

3막 ― 양분된 나라

YS: (심각하게) 내 보믄, 노무현 탄핵 때부터 나라가 진영으로 확 갈라져뿟다 아이가. 정치가 의회에서 풀리지 않고, 광장에서만 해결하려 했던 게 화근이었지.

DJ: 맞아라. 그 후로 촛불이다, 탄핵이다 하면서 국민이 직접 뛰쳐나오고… 정치가 제 할 일을 못 했제. 지금은 ‘내 편만 지키자’는 어젠다밖에 없는 것이 문제여.

JP: (천천히 고개 끄덕이며) 결국 정치가 실종돼부렀어. 원래 정치는 싸움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굴러가는 건디, 지금은 타협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져부렀어. 나라 앞날이 깜깜허지유.


4막 ― 전망과 풍자

(세 사람, 잠시 말없이 구름 사이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본다.)

YS: (한숨) 젊은것들은 정치를 아예 혐오해 부렀다 아이가. 중산층은 무너지고, 나라 경쟁력도 곤두박질이고… 저것들, 정치란 게 국민 위해 존재한다는 걸 언제쯤 알란 말이고.

DJ: (조용히) 그래도 국민은 지혜롭제. 언젠가는,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여. 민주주의는 미완성이지만, 국민이 포기하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아.

JP: (느긋하게 웃으며) 허허, 그래도 정치판 구경하는 맛이 있네유. 하늘에서 보믄, 참으로 한심허면서도… 재밌는 겨.

(세 사람,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무대 암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