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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미 선데이, 음악과 영화 속의 비극적 죽음.

자살을 부르는 음악 '글루미 선데이'의 진실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한 곡의 음악과 그 음악을 둘러싼 세 남녀의 어이없는 비극적 사랑이야기 '글루미 선데이'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으로 공유하는 흔한 삼각관계의 영화가 아니다.


음악, 정말 "죽음의 노래"인가?

사람들은 이 음악을 들으면 정말 자살을 할 정도의 죽음의 노래인가?

사실적으로는 아니다.
음악 그 자체가 사람을 죽게 만들 순 없다. 하지만 “〈Gloomy Sunday〉를 들은 후 자살했다”는 소문은,

음악이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을 건드릴 수 있다는 사회적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 슬픔에 빠진 사람은 어떤 작은 계기(음악, 글, 그림, 대화 한 마디)에도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니 곡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이미 준비된 감정의 불씨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

* 즉, 곡은 원인이 아니라 거울이다. 듣는 이의 내면을 비추어, 평소 억눌린 절망이나 상처를 드러내게

만든 것이다.

화면 캡처 2025-09-28 195208.jpg

영화 속 세 사람의 사랑, 무엇을 상징하나?

* 자보, 일로나, 안드라스 세 사람의 얽힘은 단순한 삼각관계라기보다는 사랑의 본질적 모순을 드러낸다.

* 자보는 안정과 헌신을, 안드라스는 열정과 예술, 가운데 일로나의 욕망과 갈등이 사실 인간 누구나

마음속에 동시에 품는 요소이다.

* 현실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이런 관계가 오래 유지되긴 어렵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모순이

그대로 유지되며, 결국 파국을 불러온다.

그러니 이 관계는 단순한 치정극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적 모순과 불완전함을 동시에 비추는 은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슬픈 음악과 인간관계의 교차

* 영화 속에서 <Gloomy Sunday>는 단순히 배경음악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과 운명을 꿰뚫는

연결고리다.

* 음악은 현실의 고통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비극의 감정을 정제된 형태로 전달한다.

* 결국 이 음악과 세 사람의 관계는 "사랑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파괴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심리적으로

강화한다.


영화 전체가 주는 메시지

* 이 영화는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사랑과 예술, 시대(정치)의 삼중주다.

- 사랑 : 삼각관계 속의 욕망과 헌신

- 예술 : 슬픔을 응축한 음악 <Gloomy Sunday>

- 시대 : 나치즘이라는 거대한 폭력

* 세 요소가 함께 얽히며, 개인의 삶과 감정이 시대의 비극 속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 동시에 “예술은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남는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던진다.


결론적으로, 영화 〈글루미 선데이〉는 죽음을 부르는 마법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슬픔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를 드러내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그 곡은 삼각관계의 비극과 시대의 어둠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쓰였고, 결국 우리에게 사랑의

본질적 모순, 인간 감정의 연약함, 그리고 예술의 힘을 심도 있게 묻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곡 이야기

이 곡의 실제 작곡가는 헝가리 사람 '레조 세레쉬(Rezső Seress)이다.

원제는 (헝가리어) : Szomorú Vasárnap (소모로 버샤르너프), 즉 '슬픈 일요일'이다

실연의 아픔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절망감을 담아 작곡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 헝가리 시인 '라슬로 야보르'가 연인의 죽음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내용을 담은 노랫말을

붙이면서 <Gloomy Sunday>의 비극적인 서사가 완성되었다.


'헝가리 자살곡' 소문의 확산

* 1930년대, 헝가리에서는 이 곡을 듣고 자살한 사람들이 속출했다는 충격적인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 노래는 '헝가리 자살곡(Hungarian Suicide Song)'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 실제 상황은 1930년대 헝가리는 대공황의 여파로 경제난과 사회적 절망감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노래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이처럼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이 우울한 노래와 맞물려 비극적인 결과들을

낳았다고 보는 시각이 맞을 것 같다.

* 소문이 확산되자 헝가리를 넘어 영국 BBC 등에서는 이 곡을 라디오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영화와 실제의 교차점

* 영화에서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가 연인 일로나에게 헌정하는 구애곡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고 설정되어

있다. (예술과 사랑의 비극을 엮기 위한 극적 장치이다.)

* 실제 작곡가 레죄 세레쉬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의 자살을 부추겼다는 소문에 시달렸고 본인도

결국 1968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의 배경, 나치즘과 부다페스트

영화의 배경인 1930~40년대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영화 속에서 독일인 손님이었던 한스가 나중에 나치 장교로 나타나면서 세 남녀의 비극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 이는 개인의 사적인 감정(사랑)이 나치즘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폭력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영화 《글루미 선데이》는 한 곡의 비극적인 음악을 매개로, 개인의 절망과 사랑,

그리고 시대의 어둠을 섬세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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