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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란 말이 어색한 사람들

나에게 고향은 어디인가.
원적은 황해도 사리원,
출생지는 부산,
잠시 머문 마산,
그리고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


서른셋에 정착한 대전에서
이제는 나의 아이들이 자라났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 앞에서
잠시 멈칫한다.
태어난 곳, 자란 곳, 살아온 곳이
모두 달라서일까.
아니면 ‘고향’이란 말이
이제는 내게 낯선 단어가 되었기 때문일까.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부모 형제를 모르고 자란 사람들,
북녘에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민들,
그들 또한 “고향”이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한다.
그들의 고향은 지도로만 존재하거나,
기억 속 풍경으로만 남아 있다.

명절이 돌아올 때면
그들의 마음은 더 시리다.
남들은 귀성길에 오르지만,
그들은 돌아갈 길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관심 하나를 건네야 하지 않을까.


고향을 잃은 사람들에게
명절이 외로움의 계절이 되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고향이란,
결국 함께 그리워해주는 이들이 있을 때
비로소 따뜻해지는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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