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로 온풍이 불어와
목련꽃 잎이 날려 떨어지고
파란 기운의 하늘을 향해
매화꽃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마른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파릇한 새싹이 보이면
동토를 버텨낸 화단의 흑에서
"나는 잡초다" 소리치는 함성이 들린다
겨울은 죽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에 나는 죽어간다
세상은 새로움의 희망이 가득한데
나의 겨울은 죽었다
나의 영혼은 봄바람에 밀려
흘러가는 저 구름에 실려간다
긴 겨울밤의 내 별들도
녹턴의 선율과 함께 하나 둘 사라져 간다
세상의 무용한 것들을 사랑했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들판의 나무
세월을 흘려보내고 벽에 걸린 달력과 고장 난 시계
창 밖에 보이는 뾰족한 첨탑의 십자가
겨울에 내리는 비
잿빛 하늘의 오묘한 색감
눈 덮인 들판을 가로지르는 선 선 선들
그러나 나의 겨울은 커피 향처럼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