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오늘은 어둠의 세력과 손을 잡고 7조 7천억의 재산을 일구었던 중국 어느 재벌의 헛된 꿈을 잠시 조망해 본다.
중국 한룽그룹 회장 류한(劉漢)의 사형집행 직전 유언 시 전문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내 야망이 너무 컸다.
인생 모든 게 잠깐인 것을,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물처럼 그냥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 쓰고 소리 지르며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주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보듬으며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과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다.
세월의 흐름이 모든 게 잠깐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
낙락장송이 아니더라도 그저 잡목림 근처에 찔레나무 되어 살아도 좋을 것을,
근처에 도랑물 시냇물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그냥 소나무 한 그루가 되면 그만이었던 것을,
무엇을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동안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몰라.
사랑도 예쁘게 익어야 한다는 것을,
덜 익은 사랑은 쓰고 아프다는 것을,
예쁜 맘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젊은 날에 나는 왜 몰랐나 몰라.
감나무의 '홍시'처럼 내가 내 안에서 무르도록 익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프더라도 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남아 있다가,
마지막 지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중국 한룽그룹 회장 류한(劉漢)은 쓰촨(四川) 성 출신으로 1980∼1990년대 건축자재 무역과 운송업으로 사업을 시작해 1997년 쓰촨 성에 법인회사 한룽그룹을 세웠고, 호주와 미국 광산 지분을 보유하는 등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5개의 자회사와 수십 개의 관련회사들을 거느렸다.
그는 2012년 포브스가 발표한 중국 부호 명단에 재산 400억 위안(약 7조 7000억 원)으로 148위에 올랐고, 쓰촨 성 인민정치협상회의 3선 위원·상무위원 등으로 정·재계 유력 인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부는 갖은 불법행위의 결과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법 당국은 20여 년에 걸쳐 조직원들을 동원해 살인, 이권 다툼, 정치인 매수, 사기 등과 같은 각종 범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다. 경쟁 관계에 있는 상대기업 사장 8명을 살해하고, 수십 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 11개 혐의로 류한 등 일당 36명을 기소했다. 류한은 법정에서 끝까지 자신의 범죄를 거부하다가 16년 동안 결혼생활을 했던 역시 같은 법정에서 증인으로 등장한 전처 양 씨의 범죄행각 폭로로 그의 인생에 종말을 고했다.
류한과 그의 동생은 조직원 3명과 함께 사형집행되었고 전재산은 몰수되었다.
류한을 도운 상하이방계파 정치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정법위원회 서기는 부정축재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그는 교도소 내 격리된 감방 옆에 개인 정원을 만들고 호박 등 과일과 채소를 기르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이 면회를 오면 직접 기른 과일과 채소를 나눠준다.
인생무상 - 낙엽과 같은 인생이다.
류한은 사형집행 직전 유언시를 남겼다. 온몸과 마음의 체중을 담아 피땀처럼 쓴 시로 전율과 함께 묘한 감동을 준다.
아, 낙엽 같은 인생들이여! 부디 저 세상에서는 선하고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