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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편안함과 족함을 주는
시 한 편

by 전영칠


나옹화상



청보선자게송(請普禪者偈頌)

보선자가 게송(偈頌)을 청하여

/ 나옹혜근(懶翁惠勤)


本自天然非造作 본자천연비조작


何勞向外別求玄 하로향외별구현


但能一念心無事 단능일념심무사


渴則煎茶困則眠 갈칙전차곤칙면



본래부터 천연으로 조작 아니한 것이 스스로에게 있는데


어찌 수고로이 밖을 향하여 따로 현묘한 것을 구하는가


다만 일념(一念)으로 마음에 일 없으니


목마르면 차 달이고 피곤하면 잠잘 뿐





불교는 만인에게 평등하다. 깨달으면 누구나 부처다

그뿐인가. 부처의 심성은 도척같이 흉악한 자들에게도 있으니 깨어나면 누구나 부처가 된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이 네 가지 철저한 카스트 계급사회였던 당시의 인도 힌두교 사회에서 불교는 가히 혁신적인 만민평등의 종교였다.




고려시대는 불교가 국교였다.

나옹혜근은 고려시대 불교의 선승(禪僧)이다. 보선자가 그에게 게송을 청하였다. 나옹화상은 청보선자게송(請普禪者偈頌)을 지어 보선자에게 주었다.


내 안에 답이 있는 데 어찌 수고로이 밖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가?

아무리 훌륭한 스승도 대신 깨닫게 해 줄 수 없다. 깨닫는 것은 나다.

이미 내속에 불성이 있으니 깨달으면 높고 낮음 없이 모두가 동등한 존재가 된다.

자본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 할 것 없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자의든 타의든, 알든 모르든 인간 위에 인간 있고 인간 아래에 인간 있다. 거의 그렇다. 살아보면 안다.


그런 세상을 아무리 찾아도 현묘한 것은 없다. 내 속에 있는 불성이 현묘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한가히 앉아, 차 마시고 싶을 때 차 마시고, 자고 싶을 때 자면 그만이다.



언제 읽어도 편안한 시다.

나는 스트레스 많은 세상, 스트레스가 올 때를 대비해서 이 시를 지갑에 넣어두고 읽고 싶을 때 언제든 읽는다.


읽으면 편안함과 족함이 밀려온다.




* 나옹혜근(1320~1376) : 고려 공민왕 시대의 대표적인 선승(禪僧). ()에 유학하여 10여 년간 불도를 닦고 고려에서 공민왕의 왕사가 되었다. 무학대사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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