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1893년 유화
용산전쟁기념관 2층 '전쟁역사실' 전시관 도입부에는 인류의 전쟁사를 요약하는 통계가 기재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작성되어 있다
"유사 이래 인류는 1만 4천5백여 회의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으며, 그로 인해 3억 5천만 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었다."
이 통계는 전쟁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도입부의 핵심 정보다.
전쟁은 허용된 살인(殺人)이다.
전쟁은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일이다.
인류 역사에서 굵직한 전쟁 몇 가지를 보면,
중세 몽골 제국의 정복 전쟁 (13세기)으로 약 3,000만 ~ 6,000만 명 칭기즈 칸과 그 후예들의 정복 과정에서 발생한 학살, 안사의 난 (8세기 중국) 약 1,300만 ~ 3,600만 명 사망, 삼국시대 (3세기 중국) 약 3,600만 ~ 4,000만 명 사망, 30년 전쟁 (17세기 유럽) 약 450만 ~ 800만 명 : 종교 전쟁으로 시작되어 독일 인구의 20%가 감소, 근대 태평천국의 난 (19세기 중국) 약 2,000만 ~ 3,000만 명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내전 중 하나, 나폴레옹 전쟁 (19세기 초) 약 350만 ~ 600만 명 유럽 전역을 휩쓴 대규모 전쟁으로 사망했다.
20세기 들어 제1차 세계 대전 (1914-1918)으로 약 1,500만 ~ 2,200만 명 참호전, 신무기 등장으로 막대한 군인 및 민간인 희생, 러시아 내전 (1917-1922)으로 약 700만 ~ 1,200만 명 혁명 이후 이어진 내전과 기근으로 인한 희생, 제2차 세계 대전 (1939-1945)으로 약 7,000만 ~ 8,500만 명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유대인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 학살), 국공 내전 (20세기 중국)으로 약 800만 명이 사망했다.
한국의 6.25 전쟁 (1950-1953)으로 약 300만 ~ 400만 명 남북한 군인 및 민간인, UN군, 중공군 포함 사망, 베트남 전쟁 (1955-1975)으로 약 200만 ~ 380만 명 군인 및 민간인이 사망했다.
위의 예만 보아도 사망자 수가 2억 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기록이 불분명한 수많은 고대·중세 전쟁, 식민지 정복 전쟁, 크고 작은 내전, 국지전의 희생자까지 합하면 최저 3억에서 최대 10억(일부 학자)이라는 숫자가 단순히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한민족 5 천년사에는 930여 회의 외침 전쟁이 있었다. 그 속에서도 한민족은 살아남았다.
전쟁 뒤에는 언제나 눈물과 죽음을 넘어서는 고통과 사별과 이별, 그리고 피의 대가가 따른다.
한마디로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전쟁은 미친 짓이다" - 영화 플래툰
2025년 11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수단, 미얀마, 시리아, 예멘, 소말리아, 아이티,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사헬 지대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내전으로 20여 개 국에서 전쟁 중이다.
성인들의 가르침을 모아 놓은 경전에는 이구동성으로 미래세계에 전쟁은 없다고 되어 있다.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 이사야 2:4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 계시록 24:3
"미륵불이 출현하는 시대(용화세계)에는... 사람들의 수명은 8만 4천 세에 이르고, 질병이나 재앙이 없으며, 갈등이나 다툼 없이 모두가 풍요롭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 미륵경
"그들은 그곳(천국)에서 쓸데없는 말이나 죄악이 되는 말을 듣지 아니하고, 오직 ‘평화(살람), 평화(살람)!’라는 말만을 들을 뿐이라."
- 코란 56:25-26
"칼리 유가의 시대가 끝나면, 비슈누 신의 마지막 아바타라인 칼키(Kalki)가 나타나 악을 멸하고 '사트야 유가(Satya Yuga)'를 다시 연다."
(*'사트야 유가'는 진리와 덕이 충만한 '황금시대'로, 이 시대에는 전쟁이나 갈등이 없고 모든 존재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상적인 세계를 말한다.)
- 마하바라타, 푸라나 등
"큰 도(大道)가 행해지면 천하가 모두의 것이 된다(天下爲公)... 이 때문에 간사한 꾀가 일어나지 않고 도적이나 난적이 없어 대문을 닫는 일이 없다. 이를 일러 대동(大同)이라 한다."
- 《예기(禮記)》 '예운(禮運)'편
'태평(太平, Great Peace)'의 시대가 오리라.
- 도교경전 태평경(太平經)
지금은 종교 이후의 시대라고들 한다.
이 말은 물론 기존의 종교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세시대, 말법시대라고 하는 말의 의미는 새 세상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 나와야 한다는 말을 내포한다.
누구나 새 시대를 갈망하나 새 시대가 오려면 새로운 무엇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
인간은 행복을 원한다. 인간은 평화를 원한다. 불행과 구속을 원하는 이가 누가 있을까.
인류역사는 3억 5천 살인의 역사다. 그만하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안식할 때도 되지 않았나.
오늘도 우리는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위해 기도나 명상이나 묵상 등을 한다. 일상의 틈새에서 나도 알게 모르게 하는 멍때림도 평화와 쉼을 위한 일종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아침에 하루의 화평을 빌어 본다. 그리고 저녁에 아무 일 없는 평안한 하루에 감사를 드린다.
아무 일 없이 평안한 하루에 진정 감사드리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