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자기평가가 생존을 결정한다

by 최환규

‘네고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이 생활용품 회사를 찾아 제품 가격을 할인하도록 협상(네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회사는 소비자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회사이다. 필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몇 번 있지만, 실망한 경험도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던 시기 네고왕 프로그램에서 마스크 제조 회사 A사와 B사를 찾았다. 첫 번째로 방문한 A사는 코로나 사태 초기로부터 다른 회사에 비해 제품도 우수하고 가격도 싸게 책정해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던 회사였다. A사는 네고왕 프로그램에서 약속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배송도 빨라 사용한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B사는 A사와 모든 것이 달랐다. 샴푸 광고로 이 회사의 브랜드를 알고 있던 필자도 네고왕 프로그램에 방송된다는 소식을 듣고 방송을 보게 되었다. A사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필자도 광고를 보면서 이 회사의 마스크도 써보고 싶은 호기심에 마스크를 주문했다. 마스크를 주문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마스크가 배송된다는 문자가 없었다. 기다리다 지쳐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주문이 밀려 순차적으로 배송한다는 공지가 있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제품 주문일로부터 한 달도 더 지나면서 주문을 취소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면서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할 거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B사의 주문을 취소했다. 주문을 취소한 이유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아니었다. 배송 조회를 하면서 그곳에서 제품을 받은 고객들의 리뷰를 읽게 되었다. 제품을 받은 고객들은 늦은 배송에 대한 성토만이 아니라 기존 제품과 할인 제품에 차이가 있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 고객은 기존 제품과 할인 제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 사진을 올려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리뷰를 읽으면서 필자도 이런 부정적인 리뷰의 주인공이 될 것 같아 오랫동안 기다린 것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고 주문을 취소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오늘 본 기사였다(이 글을 쓴 시기와 블로그에 공개하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는데 제품 경쟁력 등을 향상하려는 노력보다는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트로트 가수를 모델로 선정했다는 기사 때문이다. 이 회사를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실적이 나빠지자 광고비를 두 배 이상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마스크에 실망한 사람이 이 회사의 다른 제품에도 실망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네고왕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왔을 때 회사의 생산 능력과 예상 판매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할인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규격을 달리해 원가를 절감하려는 꼼수는 그 회사에 호감을 품게 만든 소비자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자살 행위와 같다.


TV 출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텔레비전에 출연한 식당이 망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필자도 가끔 TV에 소개된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맛도 그렇고 위생도 엉망이라 ‘이런 식당이 어떻게 맛집으로 소개될 수 있었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식당도 많다.


TV에 식당이 소개되면 그다음 날부터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온다. 식당 주인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출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오면 그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식당에서는 음식맛이 평소와 달라지고 서비스도 엉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손님은 불만섞인 리뷰를 SNS에 올리고, 그 글을 본 손님들은 발길을 다른 식당으로 돌리면서 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B사가 이벤트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같은 제품을 배송했다면 소비자는 그 회사를 더 크게 신뢰했을 것이다. 하지만 B사는 자신을 믿고 주문해준 고객을 배신했고, 그 여파가 어떤 형태로든 경영 에 영향을 미친다. 필자도 그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유사한 제품이 있다면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원도 냉정한 자기 평가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기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면 능력 이상의 업무를 맡았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첫 번째 실패는 용납될 수도 있지만, 실패가 반복되면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조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또한, 자기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자기 계발 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과대평가만이 아니라 과소평가도 문제다. 만약 제조 회사가 생산 능력보다 적은 주문량을 고집하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 조직원도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하면 발전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아픔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아픔을 이겨낼 때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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