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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Jan 15. 2024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 일하라

연예인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가 수시로 언론의 머리기사로 장식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폭력과 폭언을 하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최근에는 마약과 성폭력과 같은 행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찌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범죄행위도 알려졌다. 팬들은 연예인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가 알려질 때마다 그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실망하게 된다. 특히 대중으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았던 연예인일수록 팬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준다.  

    

대중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은 연예인만이 아니다. 정치인, 종교지도자나 교수와 같이 사회지도층의 사람들 또한 연예인과 비슷한 불법 행위로 인해 뉴스에 보도되는 경우가 흔하다. 사회지도층의 이런 행동들은 많은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속담이 있다.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평범한 사람보다 사회지도층의 행동에 더 크게 실망한다. 동네에서 건달로 소문난 사람이 불법 행위를 하면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그 결과에 대해 실망보다는 자신의 예측대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반면 사회지도층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일반인과 완전히 다르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어?’ 혹은 ‘진짜로 믿을 사람 하나도 없네.’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실망하게 된다.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는 관심의 대상인 사람과 심리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상대에게 관심을 두는 정도에 따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주변 지리를 물어보면 건성으로 대답하지만, 아는 사람이 물어보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함께 찾는 등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과 심리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의 문제 상황과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의 어려움은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심리적인 연결고리에 따른 대표적인 행동이 ‘덕질’이다. 덕질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의거나 파고드는 일’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자신의 에너지를 쏟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덕질을 권장할 필요가 있지만 덕질의 대상이 사람이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덕질을 하는 사람은 덕질의 강도가 강할수록 연예인과 자신의 연결고리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던 연예인이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처음에는 덕질의 대상인 연예인의 행위를 부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과 덕질의 대상인 연예인과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연예인의 부정행위를 폭로한 사람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덕질을 그만두면서 연예인 모두에게 실망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더 커진다.    

  

이처럼 특정인의 부도덕한 행동은 그가 속한 조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지도층이나 연예인의 일탈 행동은 그 집단 전체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킨다. 정치인에게 실망한 사람은 대통령,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에 기권하는 것으로 자신의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집단에 속한 사람의 일탈 행위가 반복될수록 집단 전체에 주는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종교지도자나 연예인의 역할은 다른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수의 역할은 노래를 통해 힘든 사람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도록 위로하기도 하고, 보통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기도 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한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특정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 힘든 시기를 극복했다면 그 사람에게 가수는 누구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면서 그 가수와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되면서 더 그 연예인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종교지도자 또한 사람들에게 연예인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 연예인이 사람들에게 매스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종교지도자는 절이나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종교지도자와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연예인과 팬의 관계보다 더 강할 수 있다. 종교지도자가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것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종교지도자를 존경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존중하는 이유는 그들의 선한 영향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성철 스님의 말과 행동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고, 이분들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분들처럼 종교지도자와 심리적으로 연결된 일반인들은 이분들의 영향력 아래에서 일상의 생활을 영위한다. 종교지도자의 말과 행동은 일반인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교지도자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변 사람에 대한 영향력은 종교지도자나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의 독점물이 아니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이 시끄럽게 통화를 하면 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지금 내가 하는 어떤 행동이라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의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 리더 또한 조직원에게 연예인이나 종교지도자와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종교지도자의 따뜻한 말이 듣는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가수의 노래가 차가운 마음을 녹이는 것처럼 리더의 말과 행동은 조직원의 마음을 녹일 수도 있고 얼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리더는 자신이 조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대부분은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갈등 대부분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실행하지 않는 사람 때문이다. 상사가 부하의 의견은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거나, 상사가 해야 할 일을 부하에게 미루거나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면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같은 상사의 행동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망각한 상사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상사는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한 말로 조직의 암 덩어리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조직에서 상사가 미치는 영향이 연예인이나 종교지도자의 영향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장이나 사장과 같이 그 영향력이 절대적인 경우라면 종교지도자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가맹점 갑질로 언론에 보도된 피자 프랜차이즈의 경우 경영난으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고,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경영자가 ‘경영자’라는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부서장의 역할 또한 경영자만큼 중요하다. 얼마 전에 어떤 기업의 회장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이다. 이분은 ‘행복한 조직원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제도를 통해 조직원이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 회장의 말에 따르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경영철학이 조직의 아랫부분까지 내려가지 않고 중간에서 단절된다는 것이었다. 이분은 3년 전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부터 이런 조직이 단절되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경영자의 말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경력직원이 대거 채용되면서 소통의 단절이 심화되었다는 경영자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조직에서나 경력으로 입사한 조직원과 기존 조직원 사이에 각자 생각하는 역할이 달라 알력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조직원은 경력사원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의 역할을 해주기 원하지만, 경력사원은 회사가 원하는 자신의 역할로 먼저 회사에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나 시기 등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 조직인은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조직의 리더라도 이런 노력은 필요하다.   

   

조직에서 조직원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같은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명감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상사나 동료가 미치는 영향력은 부모가 아아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조직원은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조직원이나 고객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직과 조직원은 한 몸이다. 모든 조직원은 항상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필요가 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조직원은 그렇지 못한 조직원에과 비교해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승진과 같은 보상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지금 이 순간 내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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