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본능적인 선택이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런 선택의 대표적인 사례가 ‘퇴직’이다.
가끔 드라마에서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상사를 보면서 품에서 사직서를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모든 직장인이 바라는 모습일 수도 있다. 사직서를 상사에게 던지고 나면 일시적으로는 시원함이나 통쾌함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을 느끼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1) 충동적인 선택은 후회만 남긴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 충동적인 불장난으로 혼전 임신을 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평생 저 사람과 함께 해도 괜찮겠다’라고 믿은 사람과 결혼한다. 이렇게 신중하게 선택한 사람과 결혼한 사람도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이 헤어진다.
두 사람이 이혼하겠다고 결정하고 나면 그다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재산과 자녀이다. 자녀가 없다면 재산만 나누면 되지만, 자녀가 있는 부부는 자녀를 누가 키울 것인지 양육비로 얼마가 필요한 지 등에 대해 다툼을 벌이게 된다. 사랑할 때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주지 못해 애쓰던 사이인데 헤어질 때는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덜 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이혼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대표적인 사람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의뢰인에게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고 상대의 약점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이런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는 사람은 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오랫동안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상대의 그런 태도를 볼 때마다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럴 때 상대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하면 일시적으로는 복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행동을 한 대가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퇴직도 이혼과 마찬가지로 충동적인 선택의 결과는 후회뿐이다. 상사를 폭행하거나 폭언을 하면서 회사를 관두면 잠깐이나마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에게 복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차가운 현실과 후회뿐이다.
충동적인 퇴직의 귀책사유는 퇴직자에게 있다. 상사가 부당하게 대우를 했더라도 스스로 퇴직을 선택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 스스로 한 퇴직에 대해 회사에서는 퇴직금 등에서 퇴직자를 도와주는 것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충동적인 퇴직은 재취업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에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데 거의 모든 회사의 자기소개서 양식에서는 회사를 그만둔 이유를 쓰라고 요구한다. 상사에게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고 쓰지는 못하기 때문에 다른 핑곗거리를 찾아 칸이야 채우겠지만, 평판 조회에서 걸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퇴직 전략이 없는 충동적인 퇴직은 재취업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2) 재취업의 행운이 항상 함께하지는 않는다
이혼을 한 사람이 재혼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배우자의 조건으로 ‘과거에 결혼했던 사람과 다른 사람’ 일 것이다. 술 마시는 것으로 인해 다툼이 심했던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크고, 낭비가 심한 배우자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사람은 알뜰한 사람을 재혼대상자로 찾기 쉽다. 이렇게 자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원인을 제거했으니 이 사람은 행복하게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혼에 실패했던 사람이 다시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이유 두 가지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누구나 이혼할 때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 과정에서의 고통과 함께 사는 고통을 비교해 비슷하다고 판단되면 결혼을 유지하는 사람도 많다.
두 번째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라는 속담처럼 부부 사이에서의 불화는 온전히 누구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법률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 행동을 한 경우를 제외하면 두 사람 사이에서 관계가 나빠지는 이유는 일방의 과실이 아닌 쌍방과실일 가능성이 있다. 상대를 자극하는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고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재혼을 하면 재혼 상대를 또다시 자극해 불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직장인의 퇴직도 마찬가지이다. 상사와 관계가 나빠지는 이유에는 상사의 잘못이 더 크겠지만 부하가 상사를 자극하는 언행도 있을 수 있다.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나 대인관계 능력을 강조하는 이유도 상호작용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행이 상대에게 주는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상사 탓만 하면 상사는 일방적으로 가해자 그리고 자신은 피해자로 규정해 대인관계 역량을 향상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런 상태로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더라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이것이 새로운 상사나 동료와 불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퇴직을 하면 지금과 같은 조건의 회사에 재취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견뎠지만 퇴직하고 난 다음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면 퇴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에 약간의 불합리한 상황이 일어나면 퇴직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만약 수월하게 재취업을 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행운이라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몇 년 전과 지금의 경제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과거보다 나이가 더 많아졌고, 원하는 회사와 지금 회사의 조직문화가 달라 호감도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상황의 변화로 인해 재취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퇴직은 신중하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마지막 카드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