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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Apr 01. 2024

성격이 달라 싸우는 건 아니다

성격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유명 연예인들이 이혼을 알리는 기자 회견에서 ‘성격 차이’ 때문에 이혼한다고 말하고, 주변 사람 중에도 자신의 이혼 소식을 알리면서 성격 차이 때문에 헤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이혼의 원인이 성격 차이라고 하는 이유는 변경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성격 차이가 이혼의 원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혼하지 않고 혼인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성격이 같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성립해야 한다. 성격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라면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성격과 B라는 성격이 만나면 갈등이 일어난다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C와 D 부부와 E와 F 부부가 있는데 두 부부의 남편은 A 성향의 성격이고, 부인은 B 성향의 성격일 때 C와 D 부부가 이혼했다면 E와 F 부부도 이혼해야 ‘성격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라는 가정이 성립한다. 이처럼 이혼의 원인은 성격 차이 때문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이혼의 원인이 성격 차이라면 다른 성격 유형끼리 결혼한 부부가 같은 유형의 부부보다 이혼율이 높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성격 차이가 이혼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통계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 

    

1) 가정불화의 원인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노력 부족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장 신중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선택 중 하나가 ‘결혼’일 것이다. 물론 연애하는 과정에서 임신 본인들의 의지나 계획과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몇 년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저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하겠다.’ 혹은 ‘저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겠다.’라는 확신이 서야 비로소 결혼을 결심한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신중하게 결정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면서 헤어짐을 결심한다. 이런 부부 중에는 배우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자식을 학대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했던 부부가 원수가 되는 과정을 보면 분명히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뭔가가 불행한 결과를 만든 것이다.      


연애와 결혼은 차원이 다르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어 연애를 시작할 때는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해 자신보다는 상대의 바람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 연애를 위해 상대를 만날 때도 옷이나 복장 등에서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하고, 컨디션도 좋을 때만 만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약속 일정을 연기하는 등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을 피한다. 서로 힘들고 불편한 상황을 피해 만나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또한, 서로에 대해 애틋함이 강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불편함은 감수하려고 한다. 연애 기간에는 이런 긍정적인 노력으로 인해 애정이 깊어질 수 있다.   

  

결혼은 연애와 다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집안일은 가사도우미에게 맡기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평범한 부부들은 두 사람 중 한 사람 이상이 경제활동을 한다. 직장생활에서 얻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달고 퇴근하더라도 휴식 대신 가사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집에 도착하는 즉시 저녁 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를 한다. 주말에는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해야 한다. 아이가 있다면 누군가는 육아도 담당해야 한다. 집안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은 일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독박육아란 말처럼 부부가 같은 수준으로 가사를 분담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피곤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된다. 아내는 남편과 똑같이 경제활동도 하는데 집안일은 혼자서 도맡아 하면 억울할 수 있다. 특히 아내 자신은 저녁 준비나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바쁜데 자신을 돕기는커녕 TV나 게임을 하면서 자신에게 심부름시키는 남편을 보면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부인은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남편에게 짜증 섞인 말을 하게 된다. 이럴 때 남편이 자기 행동을 반성하면서 아내를 돕는다면 부부는 일상의 평온함으로 회복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핑계를 대거나 자신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아내를 질책하면 부부싸움이 시작되면서 평화는 무너지는 것이다.      


가정의 불화는 성격 차이가 아니라 ‘부부의 노력 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시어머니가 남편 편이라도 든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어 부부 사이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불화의 골이 깊어진다. 만약 두 사람의 성격이 MBTI에서 주장하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유형이라도 상대를 배려하려고 노력한다면 어떤 부부보다 화목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가족 갈등의 원인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 부족 때문이다.      


2) 조직 갈등의 원인도 노력과 역량 부족 때문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노력 부족은 부부 갈등만이 아니라 조직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직장인이 꺼리는 상사의 스타일에는 ‘독재적 상사’와 ‘우유부단한 상사’가 대표적인 유형이다. 독재적 스타일의 상사는 부하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한다. 부하는 상사의 지시가 이해되지 않거나 상사의 지시에 맹점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말하기가 어렵다.      


우유부단한 상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사는 자신의 결정이 필요할 때 결정을 하지 못하고 미루게 된다. 이럴 때마다 부하는 힘들게 된다. 두 부류의 상사와 함께 일하는 부하가 힘든 이유는 상사의 노력 부족 때문이다.     


독재적 스타일의 상사가 분명히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어쩌다 한 번이지 항상 이런 스타일이 효과적이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는 필요할 때 필요한 스타일의 리더십을 익혀 업무에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야 하지만, 한 가지 리더십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우유부단한 상사도 마찬가지로 자기 스타일을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 부족이 부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는 부하도 상사만큼이나 조직의 골칫덩어리다. 예를 들어, 다른 조직원에 비해 유독 지각이 잦은 직원이 있다. 이 직원이 지각한 이유는 지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조직원은 자기 계발을 통해 부족한 역량을 보완해야 하지만 실제로 노력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만약 조직원이 지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업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문제의 상당 부분 해소되었을 것이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동료 사이에 충돌이 생기는 이유는 상대를 위한 배려 부족이다. 상사는 자신보다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부하의 성장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부하는 상사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 업무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아마도 이것은 조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사실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조직에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충돌의 주요 원인은 조직원 개개인의 노력 부족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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