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환규 Apr 15. 2024

갈등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


다음 대화는 직장 동료인 A와 B가 점심 메뉴를 고를 때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A: 오늘은 비빔밥을 먹으러 가자.

B: 나는 자장면이 먹고 싶어.


여기까지의 상황으로는 A와 B가 먹고 싶은 점심 메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의견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부터의 대화가 두 사람이 평화롭게 점심 메뉴를 정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평화가 깨지면서 불편한 점심시간이 될지를 결정하게 된다.                   

 

A: 오늘은 비빔밥을 먹으러 가자.                                                                                              

B: 나는 자장면이 먹고 싶어.                                                                                                    

A: 어제 점심에 네가 짬뽕을 먹고 싶대서 중국집에 갔으니까 오늘은 비빔밥을 먹자.                             

B: 어제는 너도 짬뽕 좋다고 해서 간 거였잖아. 왜 너만 생각해?                                                       

A: 내가 언제 나만 생각했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네. 이기적인 인간 같으니라고….          

B: 뭐? 이기적인 인간? 너 말 다 했어?                                                                                        


직장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의 모든 갈등은 사소한 시비에서 출발한다.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를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정도의 갈등을 경험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 A와 B처럼 먹고 싶은 점심 메뉴가 다른 사소한 차이에서 시작된 갈등이 상대를 비난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대화의 시작은 메뉴 선정이었다. 점심으로 자신이 선택한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상대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반대에 막혔을 때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A는 B로부터 “왜 너만 생각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를 비난하네’라고 생각하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자장면을 먹고 싶다는 B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하면서 점심 메뉴라는 의견 차이에서 시작된 갈등이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A와 B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두 사람 모두 커뮤니케이션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 ①번과 ②번 대화는 A와 B가 각자 선호하는 메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①번과 ②번의 대화가 음식 메뉴에 초점을 둔 대화라면 ③번 대화부터는 상대의 메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지적하는 것으로 대화의 방향이 바뀌었다. 즉, 음식에서 사람으로 초점이 달라진 것이다.     


상대를 비난하는 대화의 시작은 ④번부터이다. 하지만 ④번 대화가 만들어진 근본 원인은 ③번 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대화 사례는 업무 과정에서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      


1) 갈등을 악화하는 대화 방법    

 

차량의 접촉 사고는 차량 정체를 일으킨다. 평소 차량 소통이 원활한 시간대에 차가 밀리는 상황은 사고의 당사자인 두 운전자가 길 한가운데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고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는 두 사람이 빨리 차를 옮겨 다른 사람에게 지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고 당사자는 이런 바람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목소리를 키우면서 상대를 공격한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사고의 원인에 대해 다투다 시간이 지나면 싸우는 내용도 사고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누가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 ‘반말을 했다, 안 했다’처럼 사고와 관련이 없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런 대화는 앞에서 설명한 A와 B의 대화와 흐름을 같이 한다. A의 제안에 대해 B는 반대했다. 이때 A는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반대하는 B에 대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때 A는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B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또한, A는 먹고 싶은 비빔밥을 먹지 못할까 불안하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A는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B에 대해 화가 나면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싸워서 이겨야 할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A와 B의 대화에서 A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게 하는 B를 ‘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적대감을 느낀 것이다.     


전쟁에서 적과 싸울 때의 선택지는 ‘죽느냐, 죽이느냐’만 있다. A와 B 모두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서 상대를 ‘동료’에서 ‘물리쳐야 할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⑤나 ⑥과 같이 상대를 비난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갈등을 악화하는 대화에는 다음과 같은 예들이 있다.     


(1) 비난이나 공격하기     

상대의 행동이나 의견을 비난하는 것은 갈등을 악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이다. 개인적인 공격이나 비난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대화를 어렵게 한다.    

                     

A: 너 때문에 프로젝트를 망쳤어. 항상 네가 문제야.

B: 아니, 그건 네가 제대로 정보를 안 줘서 그런 거야. 완전 네 책임이야.


이 사례에서는 서로를 비난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대화는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     


(2) 상대의 의견을 듣지 않고 무시하기      

상대의 말을 듣지 않거나 무시하면서 자기 의견만 강하게 말하는 것도 갈등을 악화시킨다. 의사소통은 두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설득하는 과정으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A: 우리 팀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B: 지금 그런 거 이야기할 시간 없어. 다른 때 하자.


이 경우 B는 A의 의견이나 감정을 무시하고 있다. 이는 A가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하며, 갈등 해결의 기회를 상실하게 한다.     


(3) 모호하게 말하기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면 상대의 의도를 오해할 수 있다. 이런 대화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A: 최근에 너의 태도가 좀 이상한 것 같아.

B: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난 괜찮은데?


A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 A의 지적에 대해 B는 회피하고 있다. 이런 대화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오랫동안 이어가게 한다.   

  

(4) 일반화하기     

갈등을 일으키는 일반화는 대화 중에 상대의 행동이나 성격을 전체적으로 규정짓거나, 특정 사례를 근거로 상대 전체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일반화는 대화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오해와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A: 너는 항상 시간 약속을 안 지켜. 정말 믿을 수 없어.

B: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너도 몇 번 늦은 적 있잖아.


이 대화에서 A는 B의 행동을 ‘항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일반화하고 있다. 실제로는 특정 상황에서만 늦었을 수 있지만, A의 일반화된 비판은 B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갈등을 일으킨다.    

 

(5) 과장하기     

상대의 행동을 과장하여 표현하는 것은 대화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과장된 표현은 실제 상황보다 더 부정적이거나 심각하게 들리게 만들어,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                          

A: 너는 항상 시간 약속을 안 지켜. 한 번도 제시간에 온 적이 없어.

B: 그건 과장된 거야. 지난주에도 내가 먼저 도착했잖아.


이 대화 사례에서 A는 B가 ‘한 번도 제시간에 온 적이 없다’라고 과장하여 말함으로써, B가 늘 늦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장은 B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설명으로 A가 B에게 반발심을 느끼게 만들면서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6) 대화 피하기     

문제가 있을 때 대화를 피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A: 우리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자.

B: 지금 그런 얘기하기 싫어. 나중에 하자.


이런 대화는 갈등을 악화시키는 대화 방식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이런 부정적인 대화를 피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경청하는 태도로 대화하는 건강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2)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원인     


위의 사례처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갈등에 영향을 미친다. 즉,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상대와 소통을 차단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 단절로 인한 갈등에는 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조직원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차이로 인한 소통 단절이다.      


거의 모든 조직에서 조직원의 나이 차이가 30년 이상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나이 많은 직원들이 젊은 직원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기존 직원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기존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성장 환경이나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의 차이가 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서양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과 동양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 사이에는 문화 차이가 분명히 있어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있다. 가정환경 역시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엄격한 집안에서 성장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성장한 사람의 행동에도 차이가 있다.    

  

둘째, 언어의 차이이다.      


‘거시기’란 말의 경우 평소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사투리조차 소통을 힘들게 만드는데 외국어의 경우 오직 하겠는가? 국내 기업에 취업하는 외국인과 해외 사업장에 근무하는 내국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언어로 인한 소통 단절은 회사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전문 용어의 사용이다.      


대부분의 집단에서는 구성원들의 소통을 위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말들은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의 불통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일즈맨의 경우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세일즈맨의 입장에서는 상품의 내용을 고객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믿고 싶겠지만, 고객은 세일즈맨이 자신에게 제품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넷째, 기술적인 이유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다.   

   

가장 흔한 경우가 메일과 문자메시지이다. 내가 보낸 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메일이나 문자메시지의 수신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내가 보냈으니 상대가 받았을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행동하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소통이 단절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는 사회, 조직 그리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원인은 소통을 방해하고, 이해관계자 간의 효과적인 정보교환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전 03화 갈등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