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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Oct 28. 2024

나는 어떤 부자인가?

얼마 전 대기업을 퇴사한 사람을 만났다. 1년에 한두 번 만나 안부 인사를 나누던 사이로 평소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도 아니고 업무적으로 교류도 하지 않는 사이라 개인적인 대화는 별로 없었다. 그날은 자기 부인이 매운탕을 끓여주었다고 자랑하면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기 시작했다.    

 

부인과는 10여 년 전부터 불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부인은 10년 이상 서로 헤어지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얼마 전에 아이를 몇 대 때렸는데 아이가 아버지를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했다. 지인의 말을 들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상담’을 권유했다. 상담이란 말을 듣자 “회사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던 사람으로 자신이 해결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상담의 효과를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상담을 거부하는 이유로 금전적인 부담 때문이라고 생각해 무료로 상담해 주는 공공기관도 있으니 찾아보라고 권유했다. 지인은 무료 상담소라는 말을 듣더니 자기 재산에 대해 공개했다. 자신에게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재산이 있어 평생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재산 대부분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린고비처럼 아껴서 모은 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이 사람 또한 재산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처럼 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난 다음 해외여행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그 돈도 아끼고 싶어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그 사람에게 어떤 조언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까지 해치면서 무리하게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일하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식을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돈으로 인해 고통받은 자신과 달리 자식들은 편안하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      


‘돈이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으로 인해 불편을 경험했기에 그 소중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중요한 것을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앞에서 설명한 사례에서 아버지에게 폭행당하면서 성장한 아이가 아버지로부터 많은 돈을 물려받았다고 하자. 그 아이에게 남아있는 아버지의 기억은 어떤 것일까?   


이 사람과 헤어지고 난 다음 집으로 오면서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들게 물려준 돈을 받으면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와 ‘가족의 화목까지 해치면서 모은 돈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지만 다른 것도 필요하다. 예전에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있었던 시절에는 부모는 아이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굶는 걱정보다 비만을 더 걱정해야 하는 시대로 신체의 양식보다는 마음의 양식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 돈을 제대로 사용할 능력이 없으면 돈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돈을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정신이 필요한데, 정신적으로 건강한 부모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다. 지금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 사람들처럼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돈을 탐내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게 된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돈 이외에도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혼자 살 수는 없다. 돈은 항생제와 같아서 많이 사용할수록 부작용이 심해져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와 함께 건전한 정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베푸는 사랑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동료가 동료에게 베푸는 친절에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돈은 온전한 사랑을 베푸는 데 방해꾼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을 베풀기 위해서는 부모가 노력해야 하지만 노력 대신 돈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었다’라고 착각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의 이런 행동은 아이에게 ‘돈으로 다른 사람을 부릴 수 있다’ 혹은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다’라고 착각하게 할 수 있다.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통해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사람은 돈이 없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물려주고 싶은 유산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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