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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Oct 14. 2024

직장에서 하는 대화의 목적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중요하다.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보복운전’은 상대와의 관계로 인해 야기된 대표적 사례이다. 자신이 운전하는 차 앞으로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 때 많은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상대에게 적대감을 느끼면서 경적을 울리거나 자기 나름대로 보복을 하게 되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그 정도가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경우이다.      


상대의 행동은 평소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친한 사람이 짓궂은 장난을 하면 순수하게 장난으로 받아들이지만,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이 장난하면 자신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간주해 적대감을 드러내게 된다. 이처럼 관계는 서로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상대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소통의 통로’가 있어 이곳을 통해 소통하게 된다. 상대와 나를 연결하는 통로는 수도관과 같이 견고한 것이 아니라 유리관과 같이 아주 작은 충격에도 부서지기 쉽다는 특성이 있다. 우리는 소통의 통로가 유리그릇처럼 외부 압력에 약하다는 사실을 모른 체 함부로 다뤄 부서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통로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자신이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 부족은 상대와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는데 부모나 상사처럼 가까운 사이라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는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야단을 치지만 아이의 마음속 부모의 모습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자리 잡게 된다. 상사도 부모와 마찬가지로 부하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에서 야단을 치지만 부하의 마음속에 비치는 상사의 모습은 상사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부정적인 모습이 자리하게 된다.     


부모나 상사가 아이나 부하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할 때마다 소통의 통로는 하나씩 부서지게 된다. 통로가 부서지고 나면 두 사람 사이에는 소통의 통로가 없어져 불통 상태가 되는데 소통의 달인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소통의 통로’에 대한 이해도와 민감도의 차이에 있다.         

 

불통이 단순히 불통으로만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불통은 ‘오해’라는 또 다른 불행을 낳게 된다. 똑같은 말이라도 누구한테서 듣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정반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평소 자신과 친분이 있어 믿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말은 상대의 의도대로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의 말에 대해서는 왜곡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대화한다’라는 의미는 상대와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의미이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하는 경우 상대로부터 많은 정보를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상대와의 소통을 거부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신이 상대에게 주려고 하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상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자신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정보를 상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런 인식의 차이가 갈등을 만들게 된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상대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데 한 번에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로 상대와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적개심을 드러내면 상대와의 소통이 단절된다. 상대와 소통의 통로가 많거나 넓을수록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전달하기가 쉬워지고 오해의 소지도 줄어들게 된다. 자신의 의도를 상대가 몰라주면 답답해지면서 속이 타는데 이런 상태에서 대화를 계속하게 되면 목소리가 점점 커지게 되고 심하면 얼굴까지 붉히게 된다. 그만큼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힘을 쓸수록 상대는 소통을 위해 마음을 열기보다는 더욱 문을 잠그게 되는데 어릴 때 많이 읽었던 동화 ‘해님과 바람’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처럼 자신의 말과 행동은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평소 관계의 질을 높게 만들어 두었다면 자신의 의도가 상대에게 잘 전달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오해가 생기면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는 예방약은 ‘친밀함’이기 때문에 상대와의 관계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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