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양재역으로 갔다. 지하철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큰 소리가 들려 가던 길을 멈추고 보니 50대 중반의 택시 기사와 30대 후반의 자가용 운전자가 말다툼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택시 기사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자기가 굉장히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모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간이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두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먼저 택시 기사를 달래 택시에 앉히고 난 다음 젊은 사람에게 다가가 진정을 시켰다. 하지만 혼자서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면서 말리다 보니 두 사람을 동시에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분 정도 노력을 하다 택시 기사의 태도를 보고 싸움을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젊은 사람이 자기 차로 돌아갈 때 택시 기사 또한 운전을 위해 차로 돌아가면 문제가 확대되지 않을 텐데 택시 기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젊은 사람을 향해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을 위해 절대 노력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뜨자마자 그 택시 기사는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젊은 사람이 자기를 압박한다. 누가 와 자기편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다시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두 사람의 얘기를 단편적으로 종합해 보면 택시 기사는 정차하면 안 되는 곳에 차를 세웠고, 이에 불편함을 느낀 젊은 사람이 차를 다른 곳에 세우라고 말하면서 시비가 붙었던 것 같다. 자신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일로 몇십 분씩 시간을 허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다툼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택시 기사나 자가용 운전자 모두 자신의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모한 것이다. 지인이나 직장인들이 회식에서 다투는 이유를 보면 ‘국가와 민족의 장래’나 ‘회사의 발전 방향’과 같은 건설적인 주제보다는 ‘연예인 A가 연예인 B와 헤어졌다, 아니다’와 같이 자신의 삶과 관계가 없는 아주 사소한 일로 싸우는 경우도 많다.
다투는 사람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택시 기사나 자가용 운전자 모두 자신의 정당성과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억울한 사람이 자신의 답답함을 다른 사람에게 호소하기 위해 내는 큰 소리는 도리어 상대를 자극하게 된다. 상대 또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큰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흥분하게 되고, 말싸움에서 주먹이 오가는 다툼으로 번지게 되면서 자신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충돌하는 때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에 대한 보호’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 상대와 다투고 싶을 때 ‘싸워서 이겼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이 다툼이 정말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될 때 몇 가지 이익이 있다. 첫 번째는 평상심을 유지해 더 큰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다투겠다고 마음먹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에너지를 만들어 비축하게 된다. 탄산음료의 병을 흔든 후 뚜껑을 열면 압축된 공기가 한꺼번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화를 낼 때도 에너지가 폭발하게 된다. 이렇게 사용되는 에너지는 대부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묻고 답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냉정함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속담처럼 결과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이 육탄전이라도 벌여 상처라도 입거나 입히게 되면 둘 다 가해자가 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많은 돈과 시간을 썼지만, 생산적인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욕이라도 듣게 되면 억울하고 분한 기분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게 되기에,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투지 않은 방법이 최고의 선택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감정에 휩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순간 내가 하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선택해야 하는 모든 순간 나에게 도움이 되고, 주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