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좌석버스를 타고 서울로 갈 때였다. 좌석버스 기사가 고속도로 진입 전 마지막 정류장에서 손님을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버스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버스 기사가 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버스를 계속 운행하자 밖에서 버스를 두드리는 소리가 몇 번 더 들려왔다. 버스 기사가 버스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차를 멈추자 승객이 올라타면서 “내가 몇 번이나 차를 두드렸는데 못 들으셨어요?”라고 큰소리로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고객의 항의에도 버스 기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묵묵히 버스 운전에 집중하였기에 사건은 더는 확대되지 않았다.
이 일을 지켜보면서 고객의 행동과 그로 인한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손님의 권한이 어디까지인가?’였다. 버스는 버스 정류장에서 손님을 태우고 출발했고, 뒤늦게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 외부를 두드리면서 차를 세우는 행동은 고객의 권한 밖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야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5~10분 정도가 아까울 수도 있고, 약속에 늦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버스를 억지로 멈추는 것도 고객의 정당한 권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기사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지나쳤다면 고객의 행동은 정당할 수도 있다. 위의 경우에는 정류장에 늦게 도착한 본인의 과실이 더 크다. 고객의 무리한 행동으로 인해 버스가 지연되면서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만일 이 사람이 버스를 두드리는 과정에서 사고라도 났다면 그 버스는 사고처리를 위해 운행을 중지해야 하고, 그로 인해 주변 일대의 교통은 상당 시간 막힐 가능성이 있었다. 한 사람의 사소한 행동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버스를 세운 승객의 행동은 버스 승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승객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자신이 차를 두드렸지만, 기사가 무시하고 차를 세우지 않았다며 기사에게 큰소리로 항의를 시작했다. 이 사람의 항의에도 기사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 승객도 항의를 중단하고 자리에 앉으면서 무사히 사건이 종료되어 다행이었지만 사건이 확대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차에 겨우 탄 승객이 기사를 향해 항의를 계속하면 기사도 대응을 하게 된다. 서로를 향한 큰 소리는 더 큰 소리를 만들면서 버스 기사는 흥분하게 되고 스트레스 수준도 함께 높아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의 운전이 차분한 상태에서의 운전보다 사고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버스에는 그 승객 외에도 30명 이상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늦게 탄 사람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승객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행동까지 승객에게 허용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의 일상에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버스를 세운 승객과 같은 유형의 사람이 하는 대표적인 행동은 ‘주변 사람에 대한 뒷담화’이다. 예를 들어, 부서장이 모든 부서원의 사정을 고려하면서 부서를 운영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부서장의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서원은 노골적으로 부서장에게 맞서지는 못하고 뒤에서 사사건건 부서장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은 경우가 있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과 같이 부서원이 부서장을 욕할 때 좋아하는 사람은 경쟁사뿐 부서장이나 부서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뒤늦게 버스에 탄 승객은 버스 기사에게 항의할 것이 아니라 자기 행동부터 살펴야 한다. 정류장에서 버스에 타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정류장에 늦게 도착해서이지 버스 기사의 문제는 아니다. 버스 기사가 그냥 갈 수도 있었지만, 버스를 세웠다면 감사할 일이지 항의할 일은 분명히 아니다. 만약 버스 기사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관공서나 버스 회사에 정식으로 항의하면 된다.
승객이 버스에서 직접 버스 기사를 책망하면 사적 보복(린치)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행동은 부서원이 자기 뜻과 다르게 행동하는 부서장을 폭행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부서원도 버스 승객과 마찬가지이다. 부서원이 부서장을 향해 불만을 표출할수록 부서원 전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자신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는 항상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부서장은 자기 행동이 부서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부서원은 부서장과 부서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