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상대로 뛰어난 지략과 전술을 발휘하여 여러 차례 승리하며 세계 3대 제독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께서 승리를 얻기 위해 하신 노력에 관한 관심은 그분의 업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운주당’에서 시작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운주당을 ‘모든 일을 같이 의논하고 계획을 세웠다.’, ‘온갖 방책을 의논했다.’ 그리고 ‘밤낮으로 의논하고 약속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운주당은 이순신 장군의 병법 책이 가득하고 향불이 켜져 있는 고상한 서재만도, 계급에 따라 딱딱하게 격식이 차려진 회의 장소도, 관병과 의병과 백성이 수직적 고리인 갑과 을의 관계로 굳어진 곳도 아니었다. 운주당은 군사전략을 논했고, 부하들의 고충과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들으신 개방적인 공간으로 23전 23승을 잉태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후임이었던 원균은 이순신 장군과 다른 선택을 했다. 이순신 장군께서 선조에게 불려 가 고문을 당할 때 원균이 운주당을 관리하였다. 원균은 먼저 이순신 장군을 따르던 수하 장군을 멀리하였고, 첩과 운주당에 거처하면서 이중 울타리로 운주당의 안팎을 막아버렸다. 또 술을 즐겨 먹고서 날마다 술주정을 부리고 화를 내며, 형벌을 쓰는 일에 법도가 없었다. 여러 장군은 원균이 두려워서 군사 일을 제대로 아뢰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조선 수군은 칠천량에서 괴멸당하였다. 소통의 운주당이 불통의 운주당으로 변하면서 승리 대신 비참한 패배를 맛본 것이다.
운주당은 이순신 장군과 원균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승리하기 위해 모든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모아 전략을 세웠고, 이를 실천해 전쟁에서 승리했다. 반면, 원균은 자신의 역할을 잊고 권력에 취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사람으로 어쩌면 일본 수군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먼저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이순신 장군에 가까운지 원균에 가까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장인 중에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원균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지시한다. 상사 중에는 부하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면 부하의 노력을 인정하기보다는 자기 지시가 적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부하는 상사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직장에서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회의실이다.
직장인이 회의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업무와 관련한 정보의 수집과 교환’이다. 이를 위해 상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한다. 상사가 부하의 말을 들으면서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정과 형편을 파악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즉, 원균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결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잘 들을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이다.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사람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말하는 사람이 말을 많이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그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것은 농부가 맨땅에 씨를 막 뿌려놓고 풍작을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사는 부하가 자기 의견을 충분히 말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운주당에서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나 고충을 경청하셨다. 직장인이 이순신 장군처럼 입을 닫고 귀를 열게 되면 자신이 몰랐던 정보나 다른 사람의 사정을 알게 된다. 또한, 부하는 상사가 자기 말을 잘 들어준다는 믿음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하게 되면서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이순신 장군의 운주당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적절한 의사결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원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모은 다음 이를 바탕으로 결정할 때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리더는 말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