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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평가가 조직 경쟁력 향상의 출발점인 이유는?

by 최환규

선거를 앞둔 정당들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들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경쟁이든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다. 후보 선정과정에서 자신이 패한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는 후보도 있지만, 자신이 패자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발하는 후보도 있다. 이런 후보들은 하나같이 ‘공정하지 못한 평가’로 자신이 탈락했으니 평가 기준과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탈락한 사람의 반발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들의 주장대로 평가 기준과 결과를 공개하면 되지만, 실제로 주요 정당에서는 공개를 주저하고 있다.


공천 결과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반응은 두 가지이다. ‘억울하지만 결과를 수용하는 것’과 ‘탈당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경선에서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불공정한 기준으로 인해 탈락했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의 경쟁자를 볼 때마다 ‘내 자리를 빼앗겼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억울한 느낌이 들면서 상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면서 도움 요청을 거부하거나 ‘돕는 척’만 하기도 한다.


더 심한 상황은 ‘불만을 품고 탈당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 중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자신과 경선에서 이긴 후보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천 경쟁에서 이긴 사람 A와 진 사람 B는 지지층이 비슷해 B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B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A의 지지층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A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결과는 A나 B가 아닌 경쟁 정당의 후보에게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으로 인해 선거에서 지는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정당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평가로 인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상사는 부하를 평가할 때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편함을 주는 특정 요인 한두 가지로 조직원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 중에는 일은 잘하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조직원보다는 업무 능력은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편하게 시킬 수 있는 조직원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업무 과정에서는 이런 편향적인 태도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업적 평가에서도 이런 주관적인 선호도가 작용해 평가의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같은 조직에 C와 D가 있다고 하자. C는 상사와의 관계에서 그다지 친밀하지는 않지만, 업무에서는 유능한 사람이다. 반면 D는 업무 역량은 조금 떨어지지만, 상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D는 상사가 불편하지 않도록 눈치껏 상사의 개인 일도 도와주곤 한다. 업무에서의 성과만으로 평가하면 당연히 C가 D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사는 자주 D의 도움을 받으면서 D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게 되었고, 이를 갚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하기보다 주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주관적인 평가를 하는 순간 조직 갈등과 같은 문제가 시작된다.


평가에 불만을 느낀 C가 하는 행동은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이 하는 행동과 유사하다. 불만은 있지만, 언젠가 상사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더는 저런 상사와 일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상사의 불공정한 평가로 인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회사에 남고 상대적으로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불공정한 평가로 인한 부작용은 C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사의 불공정한 평가로 불이익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조직원은 ‘어차피 업무 성과와는 상관없이 자신에게 아부하는 사람에게만 고과를 몰아준다’라고 생각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업무에 쏟지 않거나 기회가 되면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조직원의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조직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상사는 조직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만약 상사가 평가 기준과 상관없이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로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그 상사는 회사를 떠나 자기 사업체를 꾸려야 하는 사람이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 대신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조직원을 평가하는 상사는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인 것이다.


공정한 평가는 조직원의 성과를 높인다. 조직원이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라는 믿음이 생기면 자기 업무에 충실하게 되고, 이는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조직의 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공과 사를 구별해 친밀감은 유지하되 평가는 객관적으로 하는 것이 조직을 위하는 방법이고, 조직원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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