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로부터 졸업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by 최환규

인간관계의 기본은 ‘적절한 거리감’이다. 자녀가 어릴 때 운동회 같은 곳에서 ‘2인3각 경기’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둘이 서로 발을 묶은 채 달리면 처음에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한 몸인 듯한 기분이 들지만,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너무 가까운 거리는 서로를 구속하게 된다. 반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너무 거리가 멀면 남처럼 어색한 사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가장 적절한 거리감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고, 관심을 둘 수 있는 거리이다. 예를 들어, 2인3각 경기보다 부모와 자녀와 손을 잡고 뛴다면 서로의 체온도 느낄 수 있고, 적절하게 자유로움도 얻을 수 있다.


야생 동물의 경우 어미가 일정 기간 돌보면 냉정하게 새끼를 독립시킨다. 야생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새끼는 어미 품을 떠나려고 하지 않지만, 어미는 냉정하게 동물을 쫓아낸다. 새의 경우 어미 새가 먹이를 너무 잘 물어다 주면 새끼 새는 둥지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굶주리지 않고 배부르면 둥지 밖으로 나갈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해 결국은 죽게 된다. 이처럼 부모의 보호나 도움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분명히 정도가 심해지면 자녀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다. 부모의 과보호가 부모와 자녀 모두를 망쳐버린 것이다.

가끔 신혼부부의 사연이 방송을 타는데 그중에 시부모나 친정 부모가 연락도 없이 신혼집을 찾는 것이다. 부모가 결혼한 자녀 혹은 손주를 보고 싶다고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거나 자주 찾아가게 되면 자녀는 부모의 방문을 경계한다. 평온한 일상이 부모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인해 방해받는다. 이로 인해 자녀 부부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부부 사이나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자녀는 부모로 인한 불화로 이혼으로 마무리하는 부부도 있다.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사생활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건 상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이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것이 건강한 관계의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다.

부모와 자녀가 삶의 경계를 명확히 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자녀는 부모의 간섭 없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자녀의 삶에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부모 중에는 ‘자녀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부모도 있다. 만약 이 부모가 자녀보다 늦게까지 살 수 있어 평생 자녀를 돌볼 수 있다면 이런 주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부모보다 자녀가 더 오래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모의 주장은 의미가 없다. 언젠가 부모가 자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면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지 못한 자녀는 그때부터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를 적정한 시기에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독립을 시키는 것이 자녀를 진정으로 위하는 방법이다.


부모와 자녀가 심리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른 대 어른의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함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는 자녀가 성장하면서 부모에 대한 의존을 줄이게 된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할 때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면 부모와 자녀는 동등한 인격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의 유지가 필요하다. 만약 부모가 어린아이가 넘어질까 두려워 아이를 계속 잡아주면 아이가 혼자 서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부모가 성장한 자녀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면 자녀는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부모에게 종속되는 상태가 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고 통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대화가 가능해진다.


너무 거리가 가까우면 사소한 것에도 부딪히기 쉽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한테는 행동을 조심하거나 말을 할 때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을 자주 맞댈수록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 신경 거슬리는 행동, 상대의 단점과 오해할만한 상황 등으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거나 갈등이 생길 기회가 늘어난다. 이처럼 자주 만날수록 서로에 대한 기대치와 편안함으로 인해 서로의 다른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으로 인해 부딪힐 확률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작은 불만들이 터져 나오면서 다툼이 잦아지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큰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적절한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한 것이 ‘사생활에 대한 솔직한 대화’이다. 부모와 자녀가 “나는 이런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은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서로의 생각이나 기대치를 이야기하는 기회와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는 “나는 너희가 이런 부분까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수 있고, 자녀는 부모에게 “이런 부분은 개인적인 영역으로 존중받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생활의 경계선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막연하게 ‘사생활 존중’이라고 말하면 각자가 생각하는 ‘사생활’과 ‘존중’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나중에 이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의견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생활’과 ‘존중’에 대한 기준과 자신이 상대에게 바라는 행동 기준을 명확하게 설명할수록 의견충돌이 줄어들게 된다.

물리적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 방법을 보자. ‘휴대폰 문자, 이메일, SNS 계정 몰래 보지 않기. 자녀의 수입, 자산, 대출 여부 등 민감한 재정 정보 캐묻지 않기. 자녀의 연애·결혼 생활, 부부관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파고들지 않기. 자녀의 동의 없이 자녀에 관해 다른 사람(친척, 친구)에게 하지 않기’처럼 구체적으로 바라는 행동을 말해야 한다. 또한, 자녀의 개인적인 약속이나 일정을 시시콜콜 캐묻거나 방해하지 않기. '언제 어디서 누구와 뭘 하는지' 매번 보고하라고 요구하지 않기 등이 있다. 이런 경계는 부모가 자녀에게만 요구하지 않고, 자녀도 부모의 사생활(친구 관계, 취미 활동, 건강 상태 등)에 대해 과도하게 캐묻거나 간섭하지 않는다는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물리적 거리와 함께 금전적 거리도 두어야 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금전적 거리가 필요한 이유는 부모의 노후 안정을 위해서이다.


사생활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 관계를 소유나 통제가 아닌 존중과 사랑 기반의 건강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작업은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퇴직자도, 자녀도 훨씬 더 편안하고 행복한 관계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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