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릴수록 삶이 평온해진다

by 최환규

많은 사람에게 직업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 가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십 년간 특정 직업인으로서 살아오면서 형성된 정체성은 퇴직과 함께 사라진다. 이때, 과거의 직함, 사회적 지위, 업무 능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이런 혼란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붙잡으려는 욕심이 강해질 수 있다.


직장에서는 성과를 통해 인정받는다. 이것은 직장인 자존감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퇴직 후에도 이러한 인정 욕구가 사라지지 않고, 사회적 지위나 과거의 업적에 대한 욕심으로 남아 다른 사람으로부터 계속 인정받으려 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자신을 주변 사람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수십 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형성된 업무 중심의 사고방식, 성과 지향적인 태도, 경쟁적인 마인드 등은 퇴직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과거 성공을 경험했던 방식이나 자신이 잘했던 분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퇴직 후의 삶은 미지의 영역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은 과거의 익숙한 것들(예: 직업, 지위, 습관)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하게 한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변화를 거부하고 안정적인 과거에 머무르려는 심리로 나타난다.


퇴직자가 욕심을 내려놓는 것은 이런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욕심들이 새로운 삶의 행복과 성장을 방해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변화를 위해 욕심을 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퇴직자가 평온한 삶을 위해 버려야 할 욕심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지위와 인정에 대한 욕심이다. 직장 생활은 개인에게 직함과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퇴직은 이러한 사회적 지위와 직함을 내려놓는 과정이다. 과거의 직함이나 사회적 위치에 대한 미련 혹은 다른 사람의 인정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퇴직 후 자존감 하락과 상실감을 초래할 수 있다. 퇴직 후의 삶을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적 가치와 새로운 흥미를 탐색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봉사 활동, 취미 생활, 학습 등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경제적 풍요에 대한 욕심이다. 퇴직은 수입 감소를 동반한다. 직장 생활할 때와 같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는 욕심은 재정적 불안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퇴직 후의 재정 계획을 자세히 세우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새로운 수입원을 탐색하는 등 현실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소박한 삶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물질적인 것보다 경험과 관계에서 만족을 찾는 연습이 대인이 될 수 있다.

셋째, 과거의 영광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다. 직장 생활에서의 성공이나 성과에 대한 집착은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성취에만 머물러 있으면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과거는 소중한 경험이지만, 그것이 현재와 미래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성공에 대한 집착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게 만들고, 변화에 대한 저항감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을 자산 삼아 새로운 배움이나 활동에 도전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평온한 삶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가족에 대한 과도한 기대이다. 퇴직은 직장 내 관계에서 벗어나 가족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자녀나 배우자에게 과도한 기대나 통제하려는 욕심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퇴직 후 늘어난 시간을 가족에게만 집중하려다 보면 오히려 부담을 주면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의 독립성을 인정하며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되, 각자의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는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할 때 친밀한 가족 관계가 유지되거나 만들어질 수 있다.


다섯째, 의미 있는 시간 사용의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퇴직 후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모두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거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피로감을 유발하고, 진정한 휴식과 여유를 방해할 수 있다. 여유와 휴식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채워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중요하며, 자신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새로운 삶의 출발을 앞두고 퇴직자를 힘들게 만드는 욕심들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욕심을 내려놓은 노력은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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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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